[소통칼럼] 조지 플로이드, 그리고 한국의 청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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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조지 플로이드, 그리고 한국의 청각장애인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7.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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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랭드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플로이드 사망 당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AP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랭드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플로이드 사망 당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AP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백인 경찰관이 흑인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다. 3분여가 지나고 목이 눌린 그는 의식을 잃었다.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어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망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조지 플로이드(George Perry Floyd)’ 사건의 한 장면이다.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 있었다. 경찰이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의 팔을 뒤로 꺾었다. 다른 손으로는 목을 눌렀다. 운전자가 꺾인 손을 빼려하자 경찰은 운전자를 넘어뜨려 눌렀다.

발단은 이랬다. 경찰차가 음주 의심 차량을 따라가며 차를 세우라고 경고했다. 차량은 아랑곳 않고 달렸다. 어느 순간 멈춰 섰다. 경찰은 도주차량이라고 판단하고 운전자를 제압한 것이다. 

운전자는 청각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차량을 멈추라는 경고를 듣지 못했다. 차량이 멈춰선 이후 음주 단속에 대한 경고도 재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제압당하는 그 과정에서 팔을 빼서 수어를 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과의 몸싸움 벌어져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운전자인 청각장애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운전자의 장애인 카드를 확인하였다. 하지만 음주 측정이나 연행과정에 메모를 해주는 등 의사소통 지원을 하지 않았다. 연행 과정 내내 수갑을 채워 수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조사과정에서도 수어통역사나 보호자를 참석시키지 않았다.

경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운전자가 순순히 경찰의 말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경찰이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손짓이나 몸짓에서 수어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청각장애인 운전자 연행 사건은 플로이드 사건과는 다르다. 경찰이 청각장애인을 인지하지 못하여 생긴 것이다. 이에 반하여 미국의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 내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형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사라졌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심각하기 때문이다. 플로이드 사건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의 연장이다.

그럼에도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다. 미국의 백인들이 흑인에 대해 잘 안다고 하겠지만 대부분 주관적이고, 치우친 판단이다. 한국의 경찰들이 청각장애인을 안다고 하겠지만 그들이 가진 언어적 특성이나 행동양식은 모른다. 여기에 인권 감수성마저 부족하니 공무(公務)를 수행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다. 차별적인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5년 경찰청이 '장애인 수사 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비롯하여 장애유형별 수사과정에 필요한 편의서비스가 담겨 있다. 해당 신분(피해자, 피의자인 등)에 따른 대응 내용 등도 있다.

하지만 매뉴얼을 만든다고 경찰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 앞서 지적했듯이 장애인에 대하여 올바로 알아야 한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의 양성과 훈련과정에서 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장애인의 특성을 올바로 알고 대응할 수 있다. 

플로이드 사건은 머나먼 대륙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사법기관에서 생길 때 국민들이 입게 될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매우 크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 장애인들이 이러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법기관은 플로이드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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