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세계 수어의 날과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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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세계 수어의 날과 정부의 역할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2.09.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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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들이 수어의 독립성과 정책을 강화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수어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철환
장애인단체들이 수어의 독립성과 정책을 강화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수어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지난 23일은 제5회 세계 수어의 날(International Day of Sign Language)이었다. 세계 수어의 날의 지정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실천하기 위하여 2017년 국제연합(UN)이 정한 것이다.
 
세계농아인연맹(WFD)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7,200만여 명의 농인(聾人)이 있다 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개발도상국에 있는 등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手語)도 국제적으로 300여 가지가 넘지만 대부분 언어로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농인의 언어 환경을 개선하고 수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9월 23일을 세계 수화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세계 수어의 날을 기점으로 1주일을 ‘수어의 날 주간’으로 정하여 다양한 행사를 한다. 수어의 인식을 높이기 위하여 기념식이나 캠페인, 챌린지(challenge) 등을 한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다르게 행사는 많지 않았다. 일부 농인들 사이에서 챌린지 등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시들해진 느낌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 의하여 법정 기념일로 정해진 ‘수어의 날’(2월 3일)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 기념일이 관심에서 멀어진 탓도 있다.

그런데도 세계 수어의 날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과 맞닿아 있다. “한국수화언어법” 등 국내 법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수어의 날을 맞으며 수어의 위치나 농인들의 권리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농교육은 100년을 훨씬 넘었다. 이러한 긴 역사에 어울리지 않게 한국의 농교육은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수어나 농인 교사 중심의 교육은 돌이키기 어려운 실정이며, 농학생과 농부모들의 아우성만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농인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 정책 브리핑 수어통역, 국회 기자회견 통역, 지상파방송의 메인뉴스 수어통역 등으로 ‘K-수어통역’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수어통역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 의해 수어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수어통역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 제공되는 서비스도 공급자 중심이다. 수어통역센터 등 지원기관의 전문가도 부족하다. 공공기관의 주요 정보를 수어 자료로 전환하는 일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수어 정책이 양적으로 확대되고는 만큼 농인들의 일상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4일 공적 ‘수어통역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포럼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포럼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한 것이었는데, 알권리 보장을 비롯한 공적 수어통역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확산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농인들에 대한 수어통역 지원이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위계 속에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지, 수어통역 제공 이전에 농인들이 수어를 통한 알권리,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말이다.

공적영역을 중심으로 통역 지원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어통역센터의 인력을 확대하는 등 일상에서의 수어통역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에 수반되는 위한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식개선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제5회 세계 수어의 날을 맞으며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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