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약 체결시 사본 요구 거절하면 약관 효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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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계약 체결시 사본 요구 거절하면 약관 효력 상실"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3.07.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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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피고들과 생활숙박시설 분양 계약 체결
문서 사본 요구…약속 미이행을 이유로 거절
원고,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 요구 소송 제기
피고들, 원고 상대 위약금 지급 구하는 반소 제기
1심, 분양계약을 본계약으로 판단…본소 청구 기각
2심 "약관법 위반, 계약 내용 주장 못해"…일부 인용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약관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는 조건은 계약 당사자가 체결 당시 약관 사본을 요구했으나 사업자가 이를 거절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계약 당사자인 원고 A씨가 시행사 겸 위탁자, 분양사업자들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생활숙박시설 분양사업 시행사이자 위탁자인 B·C씨, 분양사업자 D씨와 신축 건물 내 5개 호실을 분양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계약 당시 인감을 소지하지 않아 서명과 지장을 찍는 방식으로 공급계약서 등을 작성했고, 이후 문서를 보완하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B씨 등에게 공급계약에 관한 문서 사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고 담당 직원은 문서 보완에 대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요구를 거절했다.

잔금 지급이 계속이 미뤄지자 B씨 등은 이를 독촉하는 최고장과 내용증명까지 A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계약 취소와 함께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A씨는 피고들이 계약서 사본을 지급하지 않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어긴 것으로 계약의 내용을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들 역시 A씨가 계약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분양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며 위약금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이들 사이에 체결된 분양계약을 사실상 본계약으로 보고 본소의 청구는 기각, 반소 청구만 인용했다.

그러나 2심은 매도인 D씨를 상대로 한 본소 청구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하며 1심을 뒤집었다.

2심은 "사업자의 약관 사본 교부 의무는 계약 체결 시점에 한정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약관의 교부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들은 약관 사본 교부를 거절해 약관법에 따라 계약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약관법 위반은 '계약체결 당시'에 사본을 주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은 "약관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사유는 약관법 제3조 제2항을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며,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해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됐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했다.

즉,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약관법 제3조 제2항은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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