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마음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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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마음 가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8.0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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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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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이슬비가 흩뿌리는 날 강서구에 있는 우장산에 갔다. 그곳 정상에는 새마을지도자탑이 있다. 새마을 지도자들의 봉사정신과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1086년 8월 건립됐다고 한다. 사각형태 탑신은 근면·자조·협동·자립이라는 4대정신을 표상한다. 그 탑을 바라보면서 1970년대 새마을 지도자로 활약했던 이충웅이라는 분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70년대 평택시 칠원리에서 새마을 지도자로 일하면서 마을을 크게 발전시켰다. 칠원리는 당시 평택군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로 비가 오면 마을이 전부 물에 잠길 정도로 낙후된 마치 ‘마구간 같은 동네’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독려하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 오늘날 부자 동네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푼푼이 모아 둔 사비를 들여 우리빌딩이라는 마을 공동체 재산을 건립했다. 이 빌딩은 380평의 대지에 건평 160평, 4층 규모로, 그 명의는 이 동네 새마을회로 되어 있다. 이씨는 이장을 하면서 수고비로 받은 돈을 꼬박꼬박 모아 종자돈을 마련했다. 그 돈을 그냥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도 되지만 마을을 위해 저축했던 것이다. 참으로 숭고한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전적 보수를 바라고 일하는 지도자가 어디 있느냐.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주민들이 내 뜻을 따라오고 나를 믿는 것 그런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이 보수이지” 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귀감이 되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의 말은 공자나 맹자 같은 사람들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직접 삶의 현장에서 사심 없이 일한 정직한 일꾼의 경구이기 때문이다.

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국회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씨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다. 오히려 썩은 내가 물씬 풍기는 범죄집단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각종 범죄에 연루되어 있어도 오리발을 내미는가 하면 돈을 뿌리고서도 “나 잡아 봐라” 하면서 시위하고, 코인거래를 하면서도 ‘가난 마케팅’으로 돈을 끌어 모으고 불체포 특권 포기에 온갖 핑계를 대면서 ‘눈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들을 보면서 과연 이런 사람들을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나 싶어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

어느덧 이슬비가 그치면서 만청(晩晴, 오후 늦게 날이 갬. 또는 그런 하늘)이 찾아든다. 새마을지도자탑이 그 햇살을 받아 환해진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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