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시시포스’ 소환
상태바
이재명 대표의 ‘시시포스’ 소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8.18 07:09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키백과
위키백과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시시(지)포스(Sisypos)’ 신화는 한 때 젊은 철학도들의 마음을 쏙 빼앗아갔던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서 그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벌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시시포스는 다시 그 바위를 올리고 또 올리는 일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된다.

알베르 카뮈는 사르트르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했던 실존주의 철학의 두 거장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로 유명세를 치렀다. 1970~80년대 당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했다. 이방인을 읽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도 못했다. 이 책 한 권쯤은 들고 다녀야 지식인 행세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 젊은 지성인들 중에 그를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데올로기나 철학의 시대가 한물갔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시시프스 신화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 입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 받겠다. 기꺼이 시지(시)프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아마도 자신의 역경을 '촌철살인'의 예로 표현하려 한 모양인데 포커스가 제대로 맞춰졌는지 모르겠다.

시시프스는 인간 가운데 가장 교활한 사나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들을 기만한 행위를 많이 저질러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끝없이 다시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게 됐다.

카뮈는 시시프스 이 행위를 부조리라고 평가했다. 철학사전편찬위원회가 해석한 바에 따르면 이는 불합리ㆍ불가해ㆍ모순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이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모두 '부조리의 상태'에 있고, '부조리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카뮈는 이러한 상황으로서 질투, 야심, 방종 등을 들고 있다.

시시프스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간승리라는 해석도 있다.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행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 아직도 시시프스의 죄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신화 속 시시프스가 여전히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는 이 대표는 결국 끝까지 시시프스처럼 영원히 신에게 용서받지 못한 자가 되겠다는 뜻일까? 시시프스의 신화를 이 지구상에서 없애지 않는 한 그의 행위는 영원히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 부조리를 이 대표가 끊어 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