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방탄조끼 입어 봤어”
상태바
“너 방탄조끼 입어 봤어”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3.08.24 08:1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탄소년단. 사진=시사주간 DB
BTS(방탄소년단).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너 방탄조끼 입어 봤어.” 북한에서 또래 친구들 간에 은밀하게 쓰는 은어다. “입어 봤다” “안 입어 봤다”에 따라 우정의 깊이가 달라진다. 입어 본 친구는 상대할 수 있지만 입어 보지 못한 친구는 멀리할 수밖에 없다.

‘방탄조끼’는 BTS(방탄소년단)를 지칭하는 것으로 북한 아이들도 한류 문화를 쉽게 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2021년 12월 12일 함경북도 주둔 9군단 소속 군인이 군단 보위부에 체포됐다. 그는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과 중 2시간씩 부여되는 ‘군중 문화 오락시간’에 방탄소년단의 춤을 춘 혐의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나는 방탄소년단이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전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고향에서 추던 춤을 췄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군단 보위부는 거짓 진술을 한다며 최종적으로 3개월간의 독감방(독방)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8월에는 북한 공군 및 반항공군사령부 소속 군인 3명이 방탄소년단 춤을 추다 군 보위국에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북한은 한류 문화에 대해 이런 무자비한 처벌과 함께 남조선 가수들 또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 매체 아리랑메아리는 지난 2021년 3월 13일 ‘남조선청소년가수들 대기업들에 예속, 비참한 생활 강요’라는 제목으로 “남조선언론들이 최근 남조선에 이름 있는 청소년 가수들이 대기업들에 예속돼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BTS, 블랙핑크를 비롯한 대다수의 청소년 가수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어린 나이에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예술 관련 대기업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대중가요 가수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철저히 차단 받고 하루 2~3시간 재우면서 혹독한 훈련을 강요받고 있고, 또 수익금은 양성비 명목으로 대부분 예술 관련 대기업이 가져간다”고 비판했다.

아리랑메아리는 또 “청소년 가수들이 정신,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다 못해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특히 “살아가기 막막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불공정한 계약에 묶여 훈련장에서 구금생활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K팝과 드라마 등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는 한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K팝도 김정은 체제와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국 영상물이나 출판물, 노래 등을 접한 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해당 법은 남한 드라마 등 ‘괴뢰 문화’를 전파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했다. 괴뢰 문화를 유입한 경우에는 무기 노동교화형, 집단적으로 시청·열람하도록 조직했거나 조장한 경우 사형에 처한다. 

통일부가 지난 3월 30일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토대로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양강도 혜산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유포하고 친구들과 함께 시청한 혐의를 받은 미성년자에게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강원도 원산에 있는 경기장에서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16~17세 6명은 한국 영상물 시청과 아편 사용 혐의로 총살을 당했다. 2020년 양강도에서 중국을 통해 유입한 한국 영상물을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한 남성도 공개적으로 총살됐다.

한 탈북민은 “북한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면서 “이젠 걸음걸이도 남한식이라고 삐딱하게 보면 돌아다니지도 못할 판이 됐다”고 한탄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Tag
#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