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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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무죄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3.10.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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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 적시 아닌 학문적 주장"
1심 무죄·2심 벌금 1000만원 선고
지난 2017년 항소심 선고 이후 6년만
박유하 세종대 교수. 사진=뉴시스
박유하 세종대 교수.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표현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유하(65) 세종대학교 명예교수가 항소심 유죄 판결 이후 6년 만에 무죄 취지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오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명예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 명예교수는 지난 2013년 출간한 도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11개 표현이 박 명예교수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 표명'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의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학문적 표현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를 섣불리 단정하는 방법으로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표현이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에 해당함을 전제로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박 명예교수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지난 2017년 10월27일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선고가 있은 후 정확히 5년364일 만이다. 박 명예교수는 지난해 정년퇴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앞서 1심에서는 박 명예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35개 표현 중 5개가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해도 피해자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위안부라는 역사적 집단을 말한 것으로 피해자가 특정됐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박 명예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저서 기술 부분 중 사실 적시 여부를 원심보다 넓게 인정했다.

2심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갖는 사회적 가치나 평가는 강제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데 있다"며 "책에서 문제 된 부분은 이러한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민간업자가 조선인 위안부를 모집했다고 기술했다"며 "독자들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과 달리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물로 인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성립 판단 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또 "학문적 표현의 자유 행사와 연구 대상자의 존엄성·인격권에 대한 존중이 모두 헌법질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 학문적 표현물에 관한 평가는 형사 처벌에 의하기보다 원칙적으로 공개적 토론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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