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기조' 못박은 기재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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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 기조' 못박은 기재부 딜레마
  • 성재경 기자
  • 승인 2023.11.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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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삭감된 R&D 예산…"나눠먹기식 안 돼"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0원'…"지자체 일"
새만금 SOC 78% 삭감…"적정성 검토 진행"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성재경 기자] 국회가 3일 경제부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년도 657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정부가 20년 만에 최저 총지출 증가율을 내놓으며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야당은 예산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심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경제부처 예산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오는 6일 경제부처 심사, 7~8일 비경제부처 심사, 9~10일 종합정책질의를 이어간다. 

정부가 지난 8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나라살림은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656조9000억원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2%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8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지출 구조조정한 23조원을 약자복지와 일자리 창출, 미래준비,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 예산 집행 효율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증액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지출 증가율 6%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비롯해 지역화폐,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 등 지원 예산 증액 등 여야의 견해차가 극명해 심사 과정에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 16.6% 삭감된 R&D 예산…"나눠먹기식 안 돼"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 감액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예산 12개 분야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3.9%로 축소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삭감 이유에 대해 "R&D가 그동안 대거 나눠먹기식, 뿌리기식 한 것을 제대로 된 기술격차 만들어 내야 하는 것에 집중적으로 넣는다고 틀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에서 7조원 정도가 사라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R&D 예산의 5조1600억원이 삭감됐고, 2조원가량은 다른 사업으로 이관됐다. 이렇게 구조조정된 예산은 사회복지 분야에 배치했다. 내년 사회복지 예산은 지출 증가율의 3배가 넘는 8.7% 늘었다. 

한편 민주당은 국가의 미래성장을 위해 R&D 예산 삭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졸속 구조조정 논란이 지속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0원'…"지자체가 할 일"

정부는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이번 예산안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대표사업인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다. 기재부는 지역화폐는 코로나19 기간에 시행한 한시적 사업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국가가 현금 살포식으로 보조금 주듯이 전방위로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지역에서 도움 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지역화폐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긴축재정 기조하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지역화폐 예산은 지자체의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약 7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절반인 3525억원의 예산을 되살려낸 바 있다.

◇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SOC 78% 삭감…야 "원상복구" 

세계 잼버리 파문 이후 새만금 관련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에 대한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새만금 SOC 예산은 78%인 5000억원 이상 삭감된 1479억원이다. 전북도는 예산 삭감의 원인으로 새만금 잼버리 행사의 파행을 들고 있다. 민주당은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는 예산 심의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한 원칙에 따라 삭감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새만금 사업은 잦은 계획 변경과 지역 간 관할권 분쟁 등으로 비효율적으로 재정이 지출됐다.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과 SOC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복지와 청년을 위한 예산 증액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계대출 지원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사병월급 165만원으로 인상, 유급 육아휴직 기간 18개월로 연장, 4인 가구 생계급여 21만3000원 인상 등 건전재정 기조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W

s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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