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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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학전 역사속으로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3.11.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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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학전 블루. 사진=극단 학전
소극장 학전 블루. 사진=극단 학전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온 극단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학전 관계자는 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인 운영난 등으로 창립일인 내년 3월15일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전은 대학로 소극장에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더욱 타격을 입었다. 또 학전을 이끌어온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최근 위암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다.

1991년 3월15일 대학로에서 문을 연 학전은 소극장과 극단이 함께 출발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작사하며 1970~1980년대 청년문화를 이끈 김 대표가 설립했다. 학전은 한자로 '배울 학(學)'에 '밭 전(田)' 자를 쓰며 서울대 문리대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구내식당 이름에서 따왔다.
대중음악 콘서트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뮤지컬을 비롯한 정극 중심의 작품을 선보이며 1990년대부터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왔다. 전통예술, 클래식,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했고, 특히 어린이·청소년극의 '최후의 보루'로 통했다.

김 대표는 학전 문을 열며 "못자리 농사를 짓는 곳"이라고 했다. 규모가 큰 논농사가 아닌 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조그만 논이라는 뜻으로, 이곳을 거친 이들이 큰 바닥에서 추수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의 예견대로 수많은 스타들이 학전을 거쳐갔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를 비롯해 방은진, 배해선, 방진의, 김무열, 김희원 등 많은 배우가 학전을 거쳤다.
특히 학전은 가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2008년 학전 소극장 앞에는 '김광석 노래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 나윤선과 가수 윤도현도 학전을 통해 뮤지컬에 처음 데뷔했다.

학전은 1990년대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당시 댄스 음악과 아이돌 문화 바람이 불어오며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가수들은 설 곳을 잃었고, 김 대표는 그들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노영심, 안치환, 박학기, 권진원, 장필순, 들국화, 동물원, 여행스케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유리상자 등이 학전에서 소극장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소극장 뮤지컬 전설로 꼽히는 '지하철 1호선'도 학전의 대표작이다. 1994년 처음 무대에 올린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한국 실정에 맞게 김 대표가 번안해 연출했다. 200석 미만 소극장에서 관객 약 75만명을 동원하며 대학로에 소극장 공연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어린이·청소년극에도 꾸준히 애정을 쏟아왔다.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등 '학전 어린이 무대' 시리즈를 이어왔다. '모스키토', '굿모닝 학교', '복서와 소년' 등 '학전 청소년 무대' 시리즈도 선보였다.

학전은 폐관 전까지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오는 10일 개막해 12월31일까지 공연한다. 내년 1월엔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2월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를 올린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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