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붓다’로 환생했다던 사기꾼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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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붓다’로 환생했다던 사기꾼의 말로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4.01.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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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부처의 환생’이라 알려진 람 바하두르 봄잔(34)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10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사진은 봄잔이 기자회견장에 있는 모습. 카트만두=AP
네팔에서 ‘부처의 환생’이라 알려진 람 바하두르 봄잔(34)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10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사진은 봄잔이 기자회견장에 서있는 모습. 카트만두=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지난 주말 네팔에서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붓다 보이(Buddha Boy)’ 람 바하두르 봄잔(Ram Bahadur Bomjan)이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도주하던 중 체포됐다"는 것이다. 그를 믿고 따르던 추종자들은 뒤로 나자빠질 일이다. 그러나 사실 경천동지할 이 사건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봄잔에 대한 이야기는 네팔 지역에서 신화처럼 떠돌았다. 사람들은 그를 달라이라마처럼 부처나 보살의 환생이라고 믿었다.

이 소년은 2005년, 15살의 나이에 정글로 들어가 10개월 동안 낡은 옷 하나를 걸치고 수행했다고 당시 현지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목표 수행기간은 부처와 같은 6년. KBS 방송 취재진이 그가 9개월 정도 수행하던 시점에 수행지를 방문해 접근을 시도했으나 못 들어가게 막았다. 당시 사람들에 따르면 그동안 그는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고 했다. 한 번은 그가 앉은 자리에서 불이 났는데 불에도 타지 않았고 텔레파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그를 만난 후 걸었으며 말을 하지 못하던 사람이 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둠이 내리면 사라지거나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때 그는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그를 맹신하던 사람들이 웉타리를 쳐놓고 접근을 막았기 때문에 확인 불가능했다. 사람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상태에서는 1주일이 고비다. 물이나 소금을 섭취해도 40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 전형적인 사이비적 행태였음에도 사람들은 눈여겨 보지 않았다. 2005년 네팔정부가 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국엔 수도(修道)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말로 흐지부지 끝내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에게 음식이며 돈을 보시하고 갔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네팔 전역에 아쉬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신격화 작업에 몰입했다.

이웃 나라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믿으며, 달라이 라마가 죽은 뒤에 차기의 달라이 라마가 다시 환생하였다고 믿는다. 네팔에서는 부처나 여러 보살들의 환생이라는 사람들이 자주 나타난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존재들은 영적 지도자로 주목받는다. 그리고 대중에게 공인을 받게 되면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존경을 받으며 평생 호사스럽게 살 수 있다.

이날 그의 집에서는 12대 이상의 휴대폰, 5대의 노트북과 태블릿, 20만 달러 이상의 네팔 화폐와 외화가 발견됐다. 수행의 기본은 욕심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잔은 잘못된 행위에 대한 의혹에 시달려 왔다. 2019년에는 추종자 4명이 실종됐다. 또한여자들에 관한 성적인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 그럼에도 아쉬람의 그의 추종자들은 이번 봄잔의 체포소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 강간 사건 때도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라며 경찰을 몰아부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덕은 닦은 데로 간다.’ 죄와 악은 언젠가는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린 부처로 칭송받던 지금까지의 그의 삶이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을 훔치고 돈벌이하는 일에 허비되었음이 밝혀졌다. 이제라도 그만 종지부를 찍는 것이 그나마 윤회와 환생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신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일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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