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진료 금지에 때 아닌 민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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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진료 금지에 때 아닌 민영화 논란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4.02.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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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본인부담 진료비 상승 공포 확산
"과잉 우려 도수치료·다초점렌즈만 해당"
日 혼합진료 금지 원칙에 포지티브 방식
"필수 비급여 급여화 및 전면 적용해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정부가 도수치료와 다초점렌즈 수술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할 수 없도록 혼합진료 금지 방침을 발표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때 아닌 '의료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보장성을 중시해온 단체와 전문가들은 비급여 팽창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필수 비급여는 급여화한 후 혼합진료 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혼합진료 금지 정책을 둘러싼 의료 민영화 논란은 전체 비급여 항목에 대해 급여가 금지된다거나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의 영향력을 키워 의료 민영화 포석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급여 및 비급여 진료비 총액과 적용 후 본인부담금을 비교한 자신의 진료 영수증을 사진으로 올려 의료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정부는 지난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하나로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진료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급여인 도수치료와 급여인 물리치료, 급여인 백내장 수술과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함께 하는 경우 급여 항목에도 건강보험 수가가 지급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인 혼합진료 금지 대상인 항목은 올 상반기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전문가 자문기구인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정할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4일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브리핑에서 "수술에 비급여 재료들이 일부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까지 다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에 필요한 비급여를 제한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의료적 필요도를 넘어 과도하게 하는 행위만 선별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혼합진료 금지는 기본적으로 과잉진료로 흐를 위험이 높은 항목으로 인해 건보 재정이 새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대표적인 혼합진료 금지 국가로는 일본이 있다. 일본은 일부 항목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전체를 보험외진료로 취급해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항목은 예외적으로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혼합진료로 건보공단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2021년 기준 1600억원 정도"라며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는 건보로 지급되는 비용이 64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의료 보장성과 공공성을 강조해온 전문가와 시민단체도 혼합진료 금지를 더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논평을 통해 "일부 과잉 비급여의 혼합진료 금지 등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면서 "지불제도 개편과 혼합진료 금지와 같은 정책은 복지부 수준의 의지만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다. 보건의료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인 만큼 국회에서의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소속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 정책연구원은 '국민의 실질의료비 절감방안, 혼합진료 금지' 연구 결과를 통해 경상의료비의 지속 증가와 정체된 건강보험 보장성의 원인을 증가하는 비급여로 지목하고 그 통제를 위한 방안으로 혼합진료금지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의료기관 등) 공급자들은 수익을 위해 비급여 항목을 선택하기에 환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비급여 행위를 위해 급여행위를 추가하거나 급여 대신 비급여를 선택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급여 의료행위를 동시에 실행하는 등 혼합진료 허용은 급여와 비급여 모두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행위들을 막아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혼합진료 금지 대상을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신체의 필수 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입원환자보다는 외래 환자가 우선 포함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일본에서 하고 있는 혼합진료 금지 제도의 본래 의미는 비급여 없이 건강보험만으로 진료가 완결되는 체계를 만든다는 것인데 정부는 혼합진료 전면 금지는 할 생각이 없다"면서, "진정 혼합진료 금지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필수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전면 적용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비중증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발표로 개원의들이 가장 충격이 크다. 비급여 진료비와 피부·미용 등 비보험 진료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원의들의 주요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비급여 비중이 높은 분야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인위적으로 개원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각종 규제로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 환경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라며 "의사들을 반강제적으로 고위험 고난이도 저보상 진료 영역으로 몰아 넣으려는 단군 이래 최악의 보건의료 망책"이라고 말했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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