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통제로 길목-길거리 장사 ‘성행’
상태바
北, 시장통제로 길목-길거리 장사 ‘성행’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2.27 09:3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국, 시장서 식량·공산품 판매금지
이런 모습 ‘고난의 행군’ 초기 방불
경제 악화땐 권력층까지 반발 예고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를 강화하면서 각 지방에서 길목, 길거리 장사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 당국이 최근 시장통제를 강화하자 각 지방에서 길목, 길거리 장사가 성행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작년 말부터 시장에서 식량과 공산품 등의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 시장에서 남새(채소)나 유휴자재를 이용해 자체로 만든 빗자루, 쓰레받이, 채칼. 도마 같은 간단한 수공업 제품 판매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

RFA는 27일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의 시장 통제로 장마당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대신 야간 길목 장사가 (동절기 들어서) 청진 시내 곳곳에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날이 어두워지면 저마다 시장 주변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나 길목에 나와 장사를 한다”며 “비법(불법)적인 야간 길거리 시장이지만 종합시장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명까지 켜고 물품을 판매하는 야간 길거리 시장이 밤 10시경까지 이어지는데 이런 모습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초기를 방불케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 시장 현황은 2003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북한 당국이 시장 운영을 공식 허용하기 전까지 각종 공업(공산)품 장사는 당국의 통제 대상이었다.

당시 주요 길거리나 골목, 시장 주변 등에 나와 장사를 하던 주민들은 단속원이 오면 팔던 물품을 모두 싸 들고 다른 장소로 옮겨가 장사를 계속해 ‘메뚜기 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식통은 “야간 메뚜기 시장의 확산은 살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국의 시장통제로 장사 길이 막힌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야간 길목 시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간 길거리 시장이 성행하고 있지만 불편한 점도 많은데 잡화, 식료품, 옷, 신발 등 각 품목별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는 공식 시장과 달리 질서가 없이 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물건을 파는 길거리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또 “어두컴컴한 좁은 골목과 길거리에서 이뤄지는 장터에 도적(도둑)이 많아 돈가방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며 “(당국의) 시장통제가 이래저래 주민들에게 불편만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아무리 통제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길거리 시장을 완전히 없애긴 어려울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망했다.

이와 관련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과 통일교육사업단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함께 6일 개최한 ‘2024년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에서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북한이 2019년 이후부터 시장을 통제하고 국가가 무역을 독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면서 “이는 대외적인 호재를 대내 경제 회복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를 강화하고 무역을 독점하는 실책을 통해 경제를 악화시킨다면, 주민뿐 아니라 권력층까지 반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Tag
#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