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겁박한 언론 선배'가 된 황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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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겁박한 언론 선배'가 된 황상무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4.03.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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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진=뉴시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4일, MBC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을 보도했다. "MBC는 잘 들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어". 바로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988년 8월, 군을 비판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의 칼럼에 불만을 가진 군인들이 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을 시켜 오 기자를 습격한 사건이다. 회칼 공격에 오 기자는 허벅지가 깊이 4cm, 길이 30cm가 찢길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이 사건을 갑작스럽게 황 수석이 꺼낸 것이다.

특히 그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MBC는 잘 들어"라는 말을 했는데 과거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했던 MBC를 겨냥해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언론 강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게다가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가 있지 않고는 일반 시민이 그렇게 뭉칠 수 없다.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는 있다"며 이른바 '5.18 북한 개입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황상무 수석은 논란이 일자 "MBC에게 '잘 들어'라고 한 것은 농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故 오홍근 기자의 동생 오형근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권이 민주 정부인지 되묻고 싶다. 이게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군사정권 못지 않다. 이런 사회가 어디 있느냐?"라며 아직까지 상처로 남아있는 사건이 '농담거리'로 전락한 것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테러 직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당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 연합뉴스 참조
테러 직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당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 연합뉴스 참조

야당과 언론단체 등이 일제히 황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서자 황 수석은 16일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책임있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 5.18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은 점 때문에 경질 요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 대통령실이 경질을 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윤 대통령 역시 비판받고 있는 중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됐다. 지지율 하락과 수도권 위기론,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과 도태우, 장예찬, 조수연 등 공천된 후보들의 잇단 망언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황 수석의 '언론 겁박' 발언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 수석이 자진사퇴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황상무 수석은 KBS 앵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었으며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실로 들어왔지만 결국 '후배들을 겁박하는 언론 선배'로 이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말았다.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이 한 마디로 그의 이미지는 이렇게 굳어졌다. 그리고 이 상황에도 '강 건너 불 구경'으로 일관한 메이저 언론들의 행태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권력을 좇는 언론인의 초상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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