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박대통령, '안이한 일처리 방식부터 뿌리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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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박대통령, '안이한 일처리 방식부터 뿌리 뽑겠다'.
  • 시사주간
  • 승인 2014.09.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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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요?" 한 마디에 관계장관 긴장시켜.

[시사주간=김도훈기자]  "적극적으로 조정을 해서 빨리 풀어야지, 속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빨리 푸는 게 중요해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능성 식품의 규제개선과 관련해 던진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 시간 내내 규제개혁의 속도전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입에서는 '빨리빨리', '바로바로',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등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내년이요?"라는 짤막한 반문으로 관계부처 장관을 긴장시킨 부분이었다.

발단은 강원 홍천의 농업경영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한과를 만들기 위한 농산물가공제조시설 허가를 추진 중이지만 지나친 규제로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를 하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법 개정을 통해 "내년 중에 허용되도록 하겠다"고 답하면서 비롯됐다.

그러자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박 대통령은 찡그린 표정으로 "내년이요?"라며 "오염시키는 것이 경미하면 허용시킬 수 있는 규정도 있다면서요?"라고 되물었다.

이에 당황한 듯한 윤 장관은 거리별 취수량 등을 규정한 법안들을 들면서 법 개정사항이라는 점을 설명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런데 법 개정하려면 어떻게 하죠? 내년에 되겠습니까? 법 개정해서 하려면"이라고 반문하면서 소극적인 정부의 대응을 질책했다.

또 "어떻게든 되게 하려면 방법이 있고 안 되게 하려면 규제가 보인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든 되게 하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차 '법 개정사항'이라는 윤 장관에게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여기는 해결되고 여기는 안 된다고 하면 그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축인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던 구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개혁이야말로 돈 안들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규제완화→투자확대→일자리창출→경제활성화'의 선순환 구조야말로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제살리기 구상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고르디오스의 매듭'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아직도 국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막 얽혀 있는 실타래를 끊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고르디우스 매듭 같이 과감하게 달려들어야지, 조금씩 고치면 하세월이고 다른 데는 훨훨 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차 회의 당시 액티브엑스(Active X) 때문에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 대한 처방전인 셈이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자세로 공무원들이 국민들이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일 처리에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아주 키도 작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어머니가 남편이 세상을 뜨고 혼자 10명의 아이를 맡았을 때 아이 10명을 굶기지 않고, 학교도 보낼 수 있는 데까지 보내고, 시집장가 다 보낸다"며 "그만큼 열정과 관심과 의지와, 아이를 굶기지 않고 어떻게든 제대로 키워내겠다는 생각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규제개혁의 속도전과 적극적인 실천에 대한 반복적인 강조는 자연스레 소극적 업무행태와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성과에 대한 '공직사회 군기잡기'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농업분야 규제정비 계획 보고가 끝나자 "지난번 김포 로컬푸드 방문한지가 좀 됐는데 그곳에서 이런 저런 규제를 풀겠다고 한 게 왜 아직 착수가 안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렇게 좋은 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것은 하루도 기다리지 말고 빨리빨리 처리해서 현장에서 체감하고 용기 갖고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 장관은 "죄송하다. 바로 시행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도 "이번에 1차 회의 건의 과제 처리 과정을 보면서 우리 공직사회에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보자는 일처리 방식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이런 안이한 일처리 방식부터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일침을 날렸다.

지난 3월 1차 회의에서 제기된 규제개혁 과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바람에 당초 지난달 20일께 열려던 2차 회의를 이날에야 갖게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군기잡기용 회초리를 들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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