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보안관리 허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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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보안관리 허술 논란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4.1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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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해킹 가능성 적극 부인…내부 유출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해커 A씨는 지난 18일 한수원 전·현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1만여 건의 인사 및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해킹한 데 이어 원전 설계도면 등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며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게시했다. 사진 / 뉴시스 

◇한수원에 무슨일이?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 개인정보에 이어 원전관련 설계도와 부품도 등 기술자료까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수원 보안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해커 A씨는 지난 18일 한수원 전·현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1만여 건의 인사 및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해킹한 데 이어 원전 설계도면 등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며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게시했다. 

한수원은 "해당자료는 신입사원 교육용으로 만들어져 비밀자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설계도면 등은 내부 인트라넷망으로만 열람할 수 있어 외부 해킹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파악한 유출자료와 도면을 한수원이 기술 검토한 결과 이들 자료는 원전 운전·정비용 교육 참고자료"라며 "유출에 따른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킹에 의해 자료가 유출되지 않았을 경우 내부의 누군가가 외부로 들고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해킹이건 내부 관계자의 의도적인 유출이건 한수원의 보안 관리는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전산망 ID 용역업체와 공유 말썽빚기도

지금까지 정보 유출 경로가 내부 인사의 개인적 소행인지, 해킹에 의한 피해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한수원 측은 해킹에 따른 자료 유출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수원이 국가 핵심 산업인 원자력발전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술한 보안 관리에 대한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유출된 정보가 조직적 차원의 악성코드 유포 등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한수원의 보안시스템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한수원 측은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공유한 사실이 적발돼 큰 홍역을 치렀다. 

이들이 공유한 ID를 이용할 경우 방사선 통제구역(원자로 격납건물) 출입 허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방사선 작업허가서도 승인받을 수 있었다. 

또 방사선에 오염된 물질이 포함된 액·기체 폐기물을 원전 주변의 환경으로 배출하는 작업을 통제·승인하는 권한까지도 공유한 바 있다. 

더욱이 간부직원의 ID를 이용해 원전의 설계도면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수원 측은 당시 간부직원의 ID를 통해 원전 설계도면이 유출된 사실이 전혀없다고 반박했지만 이번 설계도면 유출과 무관치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원전수출 악재 우려 

한수원의 보안 시스템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북한 또는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교육용으로 만들어져 비밀 자료가 아니더라도 원전과 관계된 설계도 및 부품도가 외부로 유출되면 악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만약 원전 설계도를 이용해 테러 집단이 한수원 내부 경로 등을 파악한 뒤 테러를 가할 수도 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 설계도 등의 유출은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레이트에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전수주를 성공하면서 원전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이어 6번째다. 

특히 지난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한국형원전 수출을 위한 '한국 원전산업로드쇼'에는 폴란드,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원전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같은달 중국 절강성 소재 중수로형 친산원전에 제어용 전산기 운영 정비기술을 수출하는 등 지난 2011년 아르헨티나 엠발세 원전, 2012년 캐나다 젠틸리-2 원전에 이어 전산기 운영·정비기술 분야에서만 약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요르단과 터키 원전 수주에서 잇따라 실패한 경험이 있다.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들의 견제가 심해져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여기에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안전문제와 이번 설계도면 유출 사건까지 더해진다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인 정보 및 원전 설계도면이 유출됐다는 사실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유출 경로 조사를 실시하는 등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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