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앵웅”부터 ‘페페’까지...온라인 혐오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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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앵웅”부터 ‘페페’까지...온라인 혐오 이모저모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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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 5일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지효가 팬과의 V앱 채팅 도중 ‘웅앵웅’이란 단어를 썼다. 이후 온라인 여론은 “남성 혐오적 표현”라는 비판과 “억지 주장”이라는 갑론을박으로 나뉘어 싸웠다. 이후 이틀 뒤인 7일 지효 본인이 온라인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해당 단어 사용에 대한 해명은 빠져 논란을 더욱 키웠다.

웅앵웅이란 단어는 한 네티즌이 2016년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 음향 문제를 지적하며 “웅앵웅 쵸키포키”라는 의미 없는 의성어를 쓴 것이 시초다. 하지만 이 의성어는 이후 2010년대 극단적 페미니즘 열풍이 대학가 및 메갈리아, 워마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입되면서 대화에서 남성혐오적 의미의 뉘앙스를 담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폐쇄적으로 사용되던 이 같은 혐오적 의미를 담은 은어가 대중을 넘어 공중파 방송에서까지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XtvN 소속 예능 프로그램 ‘최신유행 프로그램’은 과거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6·25 참전용사를 포함, 군 병역을 이행한 남성들을 ‘군무새(군 전역자가 군대 무용담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혐오적 온라인 은어)’라 표현한 바 있다.

여기에 해당 프로그램은 같은 맥락 선상에서 군 전역자의 병역 이야기를 ‘웅앵웅 초키포키’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은 표준어 사용 의무인 방송심의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혐오적 의미의 은어를 혐오적인 맥락에서 사용했다고 현재까지도 강한 비판을 사고 있다. 모 아이돌 멤버의 웅앵웅 단어 사용도 같은 경우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의미 없는 의성어, 또는 본래 혐오적인 의미를 갖지 않던 단어나 대상이 사용자들에 의해 혐오적 의미를 담게된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대 후반,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서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말투를 흉내내 혐오적 표현 또는 같은 맥락으로 사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오늘날 극단적 페미니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도적으로 모방해 같은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큰 의미를 갖지 않던 캐릭터가 극우-백인우월주의 커뮤니티의 조롱·혐오적 상징물로 사용되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기 캐릭터로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 2005년 맷 퓨리 작가가 만든 캐릭터 ‘페페(Pepe)’는 특유의 슬픈 표정으로 밈(meme, 인터넷에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 컨텐츠)에 사용되는 등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페페는 2015년 10월 미국 오리건 주 움프콰 칼리지 총기난사사건 당시 범인이 범행예고를 암시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사용됐다. 이후 페페는 백인 우월주의, 네오나치 등 미국의 ‘대안 우파(Alt-right)' 네티즌이 주요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극우의 혐오적 표현이자 상징으로 굳혀졌다. 원작자는 이 같은 만행에 2017년 5월 해당 캐릭터에 사망선고를 내리기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가 일면서 홍콩 네티즌과 해외 네티즌은 페페를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캐릭터로 애용하기 시작했다. 혐오표현물로 사용되던 캐릭터는 홍콩 경찰과 홍콩 정부, 중국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에 저항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차별, 증오, 혐오의 상징이던 페페는 단합, 저항, 연대, 자유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말 또는 캐릭터 등이 갖는 표현·상징은 사용자들에 따라 고유한 표현과 상징을 갖게 된다. 의미 없는 의성어와 대중에 알려지지 않던 캐릭터도 사용자들이 혐오 또는 자유 등 의미, 가치를 부여하고 표현할 때 그 의미와 가치가 굳어진다. 오늘날 ‘웅앵웅’이란 표현이 의미 없는 의성어가 아닌, 혐오 표현이자 그러한 의도라는 비판을 맞는 것도 같은 논리라 볼 수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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