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 난장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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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 난장 7
  • 시사주간
  • 승인 2016.03.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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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대가리에 붙은 등겨도 털어먹는 치사한 놈이었다.”

하얀색 숫자에 노란 띠를 두른 모자를 쓴 경매사와 주위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는 수협직원들, 경매사와 바로 마주보이는 계단에 서 있는 중도매매인들은 모두 노란색 숫자에 노란띠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있다.

또한 경매어물 주위에 대문짝만한앞치마를 두르고 갈치아주머니들이 씨익씩∼ 콧김을 뿜으며 서 있었다. 중매인 조합장 공팔도의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글송글 배어 있다.

어부들이 날라다 준 고기를 갈고리로 툭 찍어 크기별로 나누고 있는데 그 눈썰매가 저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공썰매’다. 30년 해먹은 공팔도의 눈썰미에 시비거는 사람은 없다.

공팔도가 마침 만지고 있는 것은 어제 구포댁의 애간장을 끓게 했던 홍어다.공팔도는 2번, 3번, 4번선까지는 7kg, 6kg, 5kg으로 각각 나눠 같은 무더기에 착착 쌀가마 쌓듯 쌓는다.

그러나 암컷을 기준으로 제일 큰 1번선 8kg 이상은 저울에 단다. 수놈과 그 아래치 4kg 이하는 ‘펄랭이’라 부른다. 별볼일 없다는 뜻이다. 펄랭이 신세는 더럽다.

서자취급 받는 것이다. 수협 경매사 경매승은 마치 조폭 두목처럼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그는 모자 챙을 유격대 조교처럼 바짝 세우고 거만하게 사람들을 쭈욱 둘러본다.

이름까지 경매승이니 천상 경매나 해먹고 살 팔자였다.모두들 그만 보면 ‘올챙이 개구리 시절 모른다’며 타령조로 빈정거리곤 했다.

그는 시장바닥서 ‘내아너도’란 베이비사진첩 행상을 하다가 경매사가 된 김용삼의 8촌 조카인데 한마디로 개 대가리에 붙은 등겨도 털어먹는 치사한 놈이었다.

내아너도는 (사진첩에) 내 아이를 넣어 달라는 말이었다.중매인들이 전입 신고하러 간 신병처럼 바짝 얼어붙어있다. 복대박은 그 꼴을 보면서 틱!하고 침을 내갈겼다.

침은 마침 안동에서 갓 올라온 간고등어 등짝에 붙어 있는 날파리에게 떨어졌다.

날파리는 끈적끈적한 침세례를 받자마자 낮은 포복 자세를 취했으나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경매승은 가운데 서서 오른손을 노젓듯 저어가며 “으엇야∼ 엇어야∼”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경매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으엇야∼ 1번선 두 마리! 5번 102만 크아∼ 직인다.” [난장8에서 계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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