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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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6)
  • 시사주간
  • 승인 2017.04.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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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선생을 똥밟은 상을 하고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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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뉴월 선생과 노태오가 눈이 마주치자 서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웃었다.노태오가 객쩍은 듯 서둘러 농담을 건넸다.“아이고 이거 오늘 잘못 걸린 것 같습니다.
 
”노태오는 전두한이나 김용삼 김대종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봐가며 표준말을 쓰거나 사투리를썼다. 그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만술이었다. 허물없는 사이에서는 경상도사투리를 걸쭉하게 내뱉지만격식 있는 자리나 격식을 차려서 상대를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표준어를 쓰는 것이다.
 
“지옥에서 야차 만난 꼴인 건 이쪽인 것 같군요. 그나저나 귀하신 몸이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왕림하셨습니까?”약간 빈정기가 있는 말이었다. 옆에 있던 탱구가 오뉴월 선생을 똥밟은 상을 하고 쳐다봤다.“이거 왜 이러십니까.
 
우리 모두 한식구 아닙니까? 할할할….”노태오는 앞에 앉아 있는 남녀 한쌍을 힐끗 바라다 보며 곰살맞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말버슴세를 감추고 있었다.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면 그는 늘 전두한보다 낫다고 했다. 전두한은 흘흘흘… 하면서 웃었다. “자, 그러지 말고 한 잔 하시지요.” 노태오가 오뉴월 선생에게 술을 한 잔 따르자 카아∼ 입에 털어넣더니 소주잔을돌려 노태오에게 넘겼다.
 
두 사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복대박과 탱구는 불안해졌다. 그래도 노태오는 곰처럼 참아내는 편이어서걱정이 덜 했으나 오뉴월 선생은 노태오나 전두한을 보면 쌍심지를 돋우는 면이 있어서 아무래도 마음이 간들간들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 오뉴월 선생의 독설이 터져 나오면서 들고 있던 부채에 따귀를 맞을지 모르는 일이었다.그런 사정을 눈치챘는지 노태오가지나치게 공손하게 굴고 있었다. 굼닐기까지 하면서 술잔을 건넸다.
 
그런데 무슨 마파람이 불었는지 오뉴월 선생도 별말 없이 잘도 대작을 하고 있었다. 아예 다모토리로 서너순배 돌아가는데 갑자기 오뉴월 선생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복대박이 “선생님”하고 불렀으나 돌아보면 목이 부러질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힁허케 사라져 버렸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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