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서 드러난 한국의 ‘고인 물’, 중국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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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서 드러난 한국의 ‘고인 물’, 중국의 약진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1.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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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국내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19)’가 개최됐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올해 열린 국내 게임쇼 지스타(G-Star)에서 한국 게임업체가 부진하고 중국 게임업체가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중국 게임의 무서운 성장세가 가시화되면서, 사실상 잔치의 주인공은 중국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스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쇼다. 미국의 E3TGS의 규모보다는 작으나, E-스포츠의 선두주자가 될 만큼 두터운 게임 소비층과 발달한 게임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지스타의 위상은 나름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로 15회째인 지스타는 한국 게임업계의 부진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14일 열린 부산 지스타는 3208개의 전시 부스 중 한국 게임업체들의 참여는 전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지스타에서 대규모 전시장을 설치하는 등 터줏대감이던 넥슨은 매각취소와 신규 프로젝트 개발 취소 등 겹친 악재로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한국 게임업체의 부진은 넥슨 뿐만 아니었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대형·중견 게임업체들도 모조리 불참했다. 그나마 넷마블이 각각 ‘A3: 스틸얼라이브’, ‘2의 나라등 신작 4,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플랜8’ 4개 신작을 들고 나왔다.

오히려 한국 거대 게임업체들이 빠진 빈자리는 아프리카TV, 유투브 등 비()게임 업체들이 차지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는 유명 게임 BJ와 유튜버로 라이브 게임 방송 서비스를 보이는 등, 신작 게임이 아닌 비()게임 서비스 체험이 지난해보다 더 커진 규모를 보였다.

반면 올해 지스타에서 약진한 게임 기업은 중국이었다. 36개국 691곳의 게임업체가 참가한 전시장에서 메인 전시관 10곳 중 4곳이 중국계 업체였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중국 게임기업인 텐센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로 이름난 라이엇게임즈, 엑스디(X.D), 글로벌 등 중국계 게임 기업이 전시장 중앙 등 주요 부스에 자리 잡았다.

특히 텐센트는 해외 게임 기업들의 막대한 주식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행사 구성이 사실상 텐센트 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스타 메인스폰서인 슈피셀은 핀란드 게임사임에도 텐센트가 지분 84%, 게임 포트나이트개발사인 에픽게임즈는 미국 게임사임에도 텐센트가 지분 48.4%를 차지하는 등 텐센트의 장악력은 막대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인 크래프톤, 넷마블도 각각 약 11%의 지분이 텐센트에 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헐리웃 배우를 동원하는 등 대규모 마케팅으로 국내 게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과거 한국 게임의 흉내쟁이라 불리던 중국 게임도 무서운 속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국내 게임 소비자를 공략하는 양상이다. 모바일게임 기준으로도 매출순위 100위권 가운데 중국산 게임은 40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스타에서 드러난 한국 게임의 부진은 게임 강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이 고인 물로 됐음을 보여준다. 뽑기, 변신 아이템 등 양산형 게임으로 과금 걷기에 급급하던 한국 게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게임업계 성장을 억죄는 정치권의 개입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통과시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에 게임 이용 장애를 넣자, 일부 종교계·의학계가 정치권에 게임중독세도입을 압박하는 등 이른바 게임-십일조주장까지 나왔다.

그나마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14일 지스타 축사에서 “2020년 게임 산업 진흥법을 개정해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게임은 질병이 아닌 건전한 여가문화라 밝히는 등, 게임업계와 게임 소비자층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게임업체들은 내부사정보다 더 큰 바깥 문제를 맞고 있다. 13억 인구라는 매력적인 중국 시장이 자국을 비롯한 모든 해외 게임 기업에 게임 수출시 정부의 출판총국 유통허가권 승인 없이는 수출 판로를 무기한 차단하는 판호(출판심의번호)’ 정책으로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난 하스스톤 홍콩시위 지지 프로게이머 징계사건은 중국의 판호 정책과 함께 초법적 문화 검열 실태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도 중국발 게임업계의 위협과 중국 정부의 시장 장악을 통한 문화검열에 맞서기 위해 한국판 판호 정책 도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은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말도 있다. 게임은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자, 재미가 곧 상품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든 재밌는 게임이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이를 만들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그 이면에는 한국 게임업계 내 고질적인 병폐와 해외 게임의 발 빠른 성장이 있다. 이번 지스타로 국내 업계에 경종을 울릴 지 주목된다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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