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 데뷔 10주년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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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은 데뷔 10주년의 해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3.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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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북한 당 창건 75주년 포스터. 사진=노동신문
10월10일 북한 당 창건 75주년 포스터. 사진=노동신문

[시사주간=양승진 북한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무모한 도발을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2주 넘게 강원도에서 군사훈련 지휘를 하다 지난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현장을 찾은데 이어 21일 오전 645분께 북한 평안북도 선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이달 들어 3번째인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9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등을 발사한 지 12일 만이다.

합참은 이번 발사를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판단하면서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을 선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군사적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이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행동은 늘 일반상식을 뛰어 넘는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것을 북한은 보란 듯이 일삼는다. 그게 북한의 본질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기를 좀 보아달라고 떼를 쓰는 듯한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현장을 찾았을 때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착공의 첫 삽을 뜨는 동무들을 전투적으로 고무격려해주기 위해 참여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보통 북한에서 1호 행사는 한 달 전부터 이뤄지고 주민들에게는 1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키는 것으로 보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행사도 일찌감치 기획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왔다는 것은 건설 노동자들을 격려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행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122일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다고 알려지면서 1주일 전부터 지역 주민들은 추위 속에서 철도와 도로를 정비하고 환영준비를 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중앙에서는 1호 행사에 대비해 삼지연군 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에게 시급히 새 동복을 마련해 입히라는 지시를 했다. 이에 양강도 도당에서는 각 공장 기업소와 주민들에게 세 부담을 강제해 자금을 모아 동복원단을 중국에서 수입, 동복을 제작하고 입혔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1010일 노동당 창건일까지 평양종합병원을 준공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착공식 날로부터 207일이다. 원래 계획에 없던 사람이 며칠까지 준공하라는 것은 그만큼 쫓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또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날을 기준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를 맞춰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김 위원장이 쫓기듯 건설에 목메는 것은 올해가 그의 데뷔 10주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09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928일이면 등장 10주년을 맞는 셈이다. 북한에서는 5, 10년 주기의 기념일을 이른바 꺾어지는 해라고 해서 크게 기념하는데 최고영도자가 대중 앞에 등장한 지 10주년이 되는 올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나 1010일은 노동당 창건일로 올해는 75주년이기 때문에 이 또한 꺾어지는 해에 해당해 대규모 행사가 불가피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는데 김 위원장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된다. 미국과의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내 건설역량을 동원해 대규모 건설성과를 과시하는 것 외엔 없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19로 셀프 봉쇄를 하는 마당에 음식도 없이 잔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기념행사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소개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여러 가지 시험발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깃국에 흰쌀밥이 더 급할지도 모른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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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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