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시혜, 동정 아닌 '당연한 권리 요구하는 주체'로 장애인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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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시혜, 동정 아닌 '당연한 권리 요구하는 주체'로 장애인을 보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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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투쟁,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연금 등 이루는 토대 돼"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 그만큼 많은 차별을 받았다는 의미"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예산을 쓰려는 마음'이 없는 것"
"재난소득도 좋지만 장애인에 맞는 정책 전환도 필요"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활동보조인, 시설장애인 독립... 이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동안 큰 불편을 겪었던 장애인들의 단합된 목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니, '불편'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외출을 할 때마다 목숨을 내놓아야하고 강제로 시설에서 살아야하는 장애인의 삶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다. 해마다 4월 20일이면 '장애인의 날'이라며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비장애인만의 잔치'로만 생각됐을 뿐이다.

그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지금도 싸우고 있는 이가 있다. 장애인 운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다. 그가 전하는 19번째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는 느낌을 들어보기로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사진=임동현 기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사진=임동현 기자

오는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는다. 올해 이 날을 맞는 느낌은?

많은 이들이 '옛날보다 잘 살고 있지 않냐'라고 말하는데 인류가 원래 구석기시대보다 더 잘살고 있지 않나(웃음). 오히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오히려 장애인들이 더 힘들어지고 마음이 피폐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만든 계기는? 차별철폐 운동의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장애인의 날이 올해로 40회를 맞이한다고 하는데 사실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면 정부에서 기념식을 하고, 연예인 불러서 노래자랑하고, 장애인 관련 단체나 복지관에서는 장애인들 모아놓고 떡 하나 주는 '기념행사' 위주였다. 매년 한 번씩 행사를 하는데 장애인의 삶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고 도리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장애인을 '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으로만 취급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한다는 생각으로 2002년부터 시작이 됐다. 이제 20년이 되어간다. 2001년에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됐는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했다.

당시 장애인들이 쇠사슬로 온몸을 묶은 채 시청역 철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2001년에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지하철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적이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들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고 서울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철로 점거를 감행했다. 철로 점거는 당시 같이 있던 사람들이 좀 더 강력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진행했다. 우리가 몇 만명을 모을 수 있는 토대도 없고 싸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데 소수의 투쟁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다가 철로 점거 농성 계획이 나왔다. 농성을 통해 서울시의 사과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고 이후 저상버스 도입, 모든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 특별교통수단 요구 등을 하며 지금까지 이어졌다.

장애인 운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혹은 '우리의 목소리가 드디어 전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모든 투쟁이 절실하고 소중했다. 2006~2007년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투쟁도 치열했고 2012년부터 5년간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했던 기억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이명박근혜 정권 때는 잠잠했다가 지금 다시 농성을 한다'는 비판을 하는데 장애등급제 폐지를 놓고 치열하게 투쟁했던 때가 그 시기다. 

2006년 당시만 해도 복지부의 장애인 관련 예산이 194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2007년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도화됐고, 2010년에는 장애인연금제가 제도화됐다. '제도화'라는 것은 단순히 돈이 늘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놓았다는 의미다. 이동권 투쟁, 활동보조제도화 투쟁, 장애인 연금 소득보장 투쟁 등을 통해서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참여를 이루어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그 토대가 된 것이 바로 '4월 투쟁'이다.

장애인 운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이다', '자신들 위주다',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 등의 비판을 하기도 한다

모든 주장은 본인의 요구에서 시작된다. 자기의 삶과 맞닿는 것을 주장한다. 기업의 착취가 심하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경제가 어려우면 경제인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결국은 힘없고 차별받는 이들이다. 사회에서도 배제된 이들이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을 '본인들만의 주장'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아진다면 결국 사회의 변화가 오게 되어 있다. 우리들 주머니를 채우자는 말이 아니다.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요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차별받아온 것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하니 당연히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차별을 받아온 거다. '정치적'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 사람이 살면서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많은 이들의 요구가 모아지고 이루어지는 그 과정이 정치인데 우리보고 '정치적이 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보고 산으로 들어가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웃음). 

모든 문제가 다 그렇지만 장애인 문제도 결국 '예산 부족'으로 마무리된다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쓸 마음'이 없는 거다.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소득을 준다고 하는데 그 돈이 다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100조 예산'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부 관료들이 장애인을 위해 돈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약자를 무시하는 것이 권력의 습성이기에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싸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하려고 하는데 기재부가...'라는 생각도 잘못된 거다. 자기들의 문제를 타자화하는 것이 아닌가.

장애인들의 투쟁의 현장에는 언제나 박경석 대표가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장애인들의 투쟁의 현장에는 언제나 박경석 대표가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지금 시급하게 고쳐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현재 우리가 요구하는 '21개 법안'의 법 개정을 21대 국회가 이루어주길 바라며 싸우고 있다.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복지서비스법, 장애인 권리옹호법, 장애 노동권 등 21개 관련 법안인데 총선 후 바뀌는 국회가 이 법안들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장애인들의 삶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병은 누구나 평등하게 걸리지만 피해는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이 더 피해를 받고 더 고통을 받는다. 지금 장애인에 맞춘 대책이 없고 교육이 없고 문화가 없다. 재난소득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정도의 재원이 있다면 더 피해받는 이들에 대한 특별지원 대책도 함께 나와줘야하고 장애인의 상황에 맞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본다. 장애인 수용시설에 있는 이들이 집단으로 감염되었는데 감염이 되었다고 이들을 집단으로 격리시킨 것은 문제다. 수용이 아닌, 지역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총선을 맞아 각 정당들이 장애인 관련 공약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봤는지?

진보정당들은 나름대로 공들인 모습이 있는데 거대 양당은 여전히 시혜와 동정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1대 법안 정책 협약도 아직은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물론 장애인 후보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시키기는 했지만 이 역시 '꼼수'로 빛이 바래고 있다. 다양성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결국 그것이 향후 투쟁의 도구가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인데 어떤 부분을 먼저 개선해야할까?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보지 말고 '당연한 권리 요구'로 봐야한다. 이것이 변하지 않으니 문제가 된다. 정책에 관심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무관심한 이들은 아예 무시한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 갑이 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스스로 '주인'이라는 주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복지를 전달한다는 위치가 아니라 대등하게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로 존중해야한다. 다시 말하지만 '동정'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장애인을 봐야한다.

끝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미래의 밝은 세상'은?

꼼수가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중되고 소수자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 바탕에서 장애인들이 권리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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