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피해여성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식이 끝났지만 그의 자살이 몰고 온 폭풍은 아직 어두운 먹구름을 걷어내지 못했다.
고(故)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의 말처럼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공소권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진실이 묻혀지고 피해여성이 오히려 온갖 욕설과 협박, 비아냥에 시달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을 두고 박 시장을 옹호하는 여권이나 기타 단체 및 ‘진보 말빨’ 들의 행태는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청와대의 뜻을 간곡히 받아 들여주기 바란다.
사실 죽은 자에게 돌을 던지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박 전 시장의 행동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는 서울시장 집무실 안에 있는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서 안아달라며 신체접촉을 했고 무릎에 든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면서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하는 행위도 했다고 한다.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도 얼굴이 붉어질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 입은 사진도 보냈다고 하니 그 사고방식이 놀랍다. 1,000만 시민을 위한 집무실을 자신의 안방처럼 생각하지 않았다면 행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성평등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언론 인터뷰에서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담아낼 생각”을 당당하게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시민들은 그의 도덕성과 인격을 믿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때도 별 반응이 없던 사람들조차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할 정도면 그가 우리 사회에 각인시켜놓았던 이미지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만하다. 더군다나 안희정-오거돈 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서도 그의 엽기적인 행각은 그칠 줄 몰랐다고 한다.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치는 헌화는 일종의 상장 같은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을 때의 잘잘못을 모두다 탕감해 주는 그런 의식은 아니다. 어제로써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로 박 전 시장을 떠나 보냈다. 이제는 자신에 대한 의혹과 의심에 대해 무책임했던 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평생 마음의 상처를 지울 수 없게 된 피해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차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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