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주윤발, 그래도 인생관은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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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주윤발, 그래도 인생관은 따사롭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10.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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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배우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윤발 배우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주윤발은 홍콩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를 한 몸에 받는 세계적 스타다. 그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도 세월의 서늘한 기운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이제 초로의 신사였다. 67세이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젊은 시절 그대로인 것 같다. 주윤발은 전날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 영화에 대해 “규제가 많아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나리오는 영화 당국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많은 영화인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검열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1997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며 “우리는 정부(중국)의 지향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제작비를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정책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이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감히 하기 어려운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나 다를까 웨이보는 해당 주제를 다룬 일부 게시물과 사진을 삭제했다. 중국 당국의 개입이 의심되는 일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에 불리한 보도는 거의 다 삭제 하고 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주윤발이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홍콩 영화는 침체기다. 지난 1997년 영국이 홍콩에 대한 모든 권리를 중국에 반환하면서 홍콩 영화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이전에 홍콩은 영화산업의 꽃을 피우던 상하이를 대신해 왔다. 중국 대륙이 공산화되면서 상하이는 몰락의 길을 걸었고 홍콩은 중화권 영화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이소룡, 허관문, 허관걸, 성룡, 홍금보, 유덕화, 양조위, 장국영, 왕조현, 임청하, 주성치, 여명, 곽부성 등은 홍콩영화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스타들이다.

주윤발의 이번 발언은 영화를 사랑하는 연예인으로써 던질 수 있는 최소한의 호소인 셈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홍콩 국가보안법 때문에 더 더욱 어려운 형편이어서 주윤발 뿐 아니라 많은 영화인들이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홍콩 누아르, 홍콩영화 르네상스라는 말은 전설이 됐다. 오늘따라 영화 ‘영웅본색’에서 성냥개비를 물고 씩 웃던 그의 모습이 아파보인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없다. 하루에 밥 두 그릇만 있으면 된다”는 그의 인생관은 따사롭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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