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피폭 의심···핵실험, 원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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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피폭 의심···핵실험, 원인 중 하나"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2.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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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한국원자력의학원 실시 피폭 보고서 공개
80명 중 17명, 염색체 검사서 최소검출한계 이상
"핵실험, 단일변수 아니지만 당연히 원인 중 하나"
2018년 5월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4번갱도 폭파 순간 갱도 주변 흙과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5월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4번갱도 폭파 순간 갱도 주변 흙과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정부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일부는 방사선에 피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수치가 나왔다. 검사를 실시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의학원)은 흡연, CT 촬영으로 인한 의료 방사선 피폭 등 교란요인이 존재한단 점에서 핵실험과의 인과관계를 확언하진 않았다.

29일 통일부는 의학원에 의뢰한 '방사선 피폭·방사능 오염 검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사는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등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에서 거주한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됐다. 길주군은 북한이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곳이다.

누적(평생) 방사선 피폭을 평가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 17명은 최소검출한계(0.25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을 기록했다. 세포 1000개에서 염색체 이상이 7개 이상 나타나 방사선 피폭을 의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17명 중 2명은 2016년 이전 같은 검사를 받았을 때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인 이후 재입북한 이력이 없다. 탈북 후 한국에서 의료 방사선 등 다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5명은 선량값이 0.25그레이를 넘긴 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의학원은 덧붙였다.

17명이 받은 일반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위염 등 다양한 경증 질환이 확인됐지만 암 같은 중증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학원 관계자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는) 핵실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연령, 음주력, 흡연, 화학물질 등 교란변수에 의해서도 영향받을 수 있다"며 "개별 원인들이 미치는 영향력 비중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한계점을 설명했다.

핵실험과 피폭 간 뚜렷한 인과관계를 명시하지 않은 이번 조사 보고서가 북한에 핵실험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의료 방사선, 연령 등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실험을 단일 변수로 보기엔 제한이 있지만 핵실험도 당연히 피폭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한반도 구성원 전체의 안전권, 생명권이 침해될 수 있단 점에서 핵실험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최소검출한계를 넘은 17명에 대해 장기적인 건강검진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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