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 간첩혐의 백광순씨···北벌목공 6명 탈출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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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서 간첩혐의 백광순씨···北벌목공 6명 탈출 도와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3.1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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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랑의쌀나눔재단’ 러 지부장
타스통신, 러시아 국가기밀 입수 보도
외신들 정치적 협상카드 사용 가능성
백광순씨가 구금돼 있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레포르토보 교도소. 사진=AP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한국인 백모 씨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지구촌 사랑의쌀나눔재단’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인 백광순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는 2020년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 여행사를 등록해 운영했으나 2021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뒤 섬유제품 판매, 농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다 2020년 육로로 러시아에 넘어와 현지 북한 벌목공 등에게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해 왔다.

백 씨는 이러한 인도적 물품 지원 외에 탈북민 구출 등 활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북한 벌목공 등 6명의 탈출도 도왔다고 전해졌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 요청에 따라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댄 연해주 지역의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백 씨가 체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구촌 사랑의쌀나눔재단 이사장인 이선구 목사는 “재단은 탈북을 선동하거나 조장하지 않는다. 러시아 내 탈북자들을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조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때문일 수도 있고, 목사님들과 선교사들이 간첩행위나 정보유출에 연루되어 있다는 오해 때문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후 소식통으로부터 러시아 국가 기밀을 입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간첩 혐의”라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론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문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받은 뒤 공관을 중심으로 영사 조력 등을 제공 중이다.

백 씨는 지난 1월 1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돼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미결 구치소에 수감됐다. 레포르토보 법원은 11일 백씨의 구금 기간을 오는 6월 15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백 씨가 올해 초 체포될 당시 그의 아내와 현지 상사(商社)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으나 두 사람은 현재 풀려난 상태다.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한국인 백 모 씨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가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AP통신은 11일 국가 기밀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겨준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백 모 씨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가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여러 명을 구금하고 다양한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인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간첩 혐의로 체포돼 1년째 억류 중이며, 그해 10월엔 자유유럽방송(RFE/RL) 소속 러시아계 미국인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가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미등록 혐의로 체포된 뒤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정보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2022년 2월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인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마약 밀입국 혐의로 체포됐고, 그해 12월 미국에 수감돼 있던 러시아 무기거래상 빅토르 부트와 맞교환 방식으로 석방된 바 있다.

AP는 “러시아가 해외에 있는 러시아 수감자 석방을 위해 외국 시민을 협상 카드로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러시아가 한국인 남성을 간첩 혐의로 구속했다”면서 “최근 수십 년간 러시아에 억류된 최초의 한국인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정치적 협상 카드와 (자국민) 죄수 교환을 위해 다른 나라 국민을 체포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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