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탁 근황..."파업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상태바
[단독] 생탁 근황..."파업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8.12.07 11:4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직 노동자 내부사정 증언...부산합동양조 "할 말 없다"
지난 2014년 9월4일 민주노총 김해시지부는 부산 막걸리 생탁 생산업체인 부산합동양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부산합동양조 생탁노동조합 파업이 끝난 후 전직 노조원들이 생탁 근황에 대해 증언했으나 사측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함께 사는 세상, 그 평범한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입니다"라며 '절대 먹지 말아야 할 막걸리'라는 내용의 2014년 4월 생탁 파업사태를 그린 웹툰 링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대변인실은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던 사건이었기에 노동이 존중 받아야 하고 기업활동을 개선해야 함을 느낀다"며 "(이 지사의) 생탁 언급도 삼성전자 가스누출 사례 비판처럼 동일 선상에서의 같은 의미"라고 평소 이 지사가 강조해온 노동 존중 사회 슬로건과 관련해 답했다.
 
부산·경남의 대표 막걸리 브랜드인 생탁은 과거 450원 식비, 휴일 없는 노동 등 가혹한 근로조건 및 환경때문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과 함께 생탁노조 파업이 일어났으나 사측의 노조와해 공작과 고공농성 끝에 2017년 1월 파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파업 종료 후 당시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근황과 파업사태가 일어났던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의 근황을 알아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탁 노동조합 파업사태를 다룬 웹툰 링크를 올렸다. 사진 /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생탁, 파업 이전 서슬퍼런 때로 돌아갔다"
 
생탁 파업에 참여했던 A씨와 근로자들은 현재 70에 가까운 나이를 바라보는 장년층의 노동자들이 많았다. A씨를 비롯한 전직 노조원들은 파업 종료 당시 사측의 해고자 원직복직 거부로 인해 회사를 떠난 후 일용직으로 힘겹게 살고 있었다.
 
A씨는 파업 종료 당시에 대해 "우리(파업 참여 노동자)가 회사를 전부 그만두는 조건으로 노사 합의가 된, 사측과 싸워 진 싸움"이라며 "사측이 어용노조로 노조원 빼가기를 해 파업이 와해된 후, 그나마 있던 어용노조도 회사에서 단위 노조로 전락시켜 사측의 회유에 넘어갔던 노동자들은 지금 거의 사직하거나 촉탁계약 만료가 되면 재계약을 못하고 회사를 떠난 상태"라 증언했다. 
 
A씨는 "당시 생탁노조가 요구하던 63세 정년도 지금은 60세에 해고시키거나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해고시키는 등 노조 이전이던 서슬퍼런 시절로 돌아갔다는 말도 들린다"며 "들은 바로는 배송기사의 경우 노조원이 해고된 후 새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용달차로 배송을 한다고 들었다"며 내부사정을 전했다.
 
◆"부모 제사도 못지내고 일해...명절이 더 힘들었다."
 
B씨도 생탁노조 파업대오를 떠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50년 가까이 산 부산 토박이 B씨도 "부산하면 생탁"이라며 생탁이 부산·경남의 막걸리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점에 대해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B씨는 "(부산합동양조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2014년 파업 이후 생탁이 파업으로 입은 타격은 없다고 들었다"며 자신은 "무임금으로 일하다 퇴직 당시 돈 10원 한 장 못받고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배운 것 없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산 생탁 공장에서 14년 간 일했다"는 B씨는 "파업 이전까지 생탁에서 일할 때는 전부 수작업으로 고두밥을 지어 가마솥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이를 퍼내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재래식 공법으로 막걸리를 만들어왔다. 정말로 너무나 힘들었다"고 전했다.
 
B씨는 "450원도 안되는 밥값으로 휴일없이, 명절도 없이 부모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고 일했다"며 "오히려 명절에 나가는 막걸리 수요가 더 많아져 명절 때 일을 더 많이 하는 등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2014년 4월 부산합동양조는 생탁노조 파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자 신 모 사장은 노동자 상여금 지급에 대해 "개들한테는 안준다"고 노동자들을 개에 빗댄 발언을 했다. 사진 / 뉴스타파 캡쳐
 
◆'언론에 말하지 마라'...파업 이후 트라우마 시달려
 
A씨와 B씨는 본지의 취재에 응해주면서도 이를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A씨는 파업 종료 합의문 작성 당시 "합의서 문구에 '더이상 언론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며 "이마저도 파업 종료 1달 전 한 매체에서 이를 기사화 하자 합의가 1달 늦춰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사로부터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수 건의 고소로 진절머리가 난다는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 이후 "파업 이후 트라우마로 인해 가슴이 떨리고 심장, 호흡이 가빠지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전직 생탁노조원들도 이제는 '생탁의 생 자도 꺼내지 마라'고 할 정도로 파업 이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본지가 연락을 시도한 생탁노조원들은 대부분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그나마 연락이 닿았던 소수의 사람들도 A씨와 B씨를 제외하고는 신변의 이유로 본지의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절하는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노조파괴로 인한 노조원과 그 가족에게 미치는 트라우마는 대표적으로 2009년 쌍용차 노조파괴와 유성기업 노조 사례가 있다. 국가인권위가 올해 조사한 쌍용차 해고자 및 해고자 가족들의 정신건강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고자들은 최근 1년 간 일반인보다 자살충동을 8.67배나 높게 느꼈으며 그 가족들 또한 일반인 여성보다 자살출동이 3.7배나 높게 나왔다.
 
김득중 쌍용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0월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쌍용차는 2009년 폭력 진압 과정 이후 재판 대응에 있어 끊임없는 폭력 장면 등 기억을 더듬어야 해 2차, 3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합동양조 "밝힐 입장 없다"
 
부산합동양조는 이같은 내용과 관련해 기자의 취재 인터뷰를 일절 거절했다.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 관계자는 공장 근로조건 개선 실태 질문에 대해 "모든 노사 합의는 지난해 노사정협의로 끝났다"고 추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생탁 전직 노동자들의 증언처럼 "생탁은 2014년 파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할 정도로 근로조건이 더 악화됐는지, 과거 노동자 혹사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는지 등 어떠한 질문에도 부산합동양조 측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생탁노조는 2014년 4월 첫 파업 당시 50명의 장림공장 근로자 중 45명이 파업대오에 참여할 정도로 파업 참여율이 높았으나 어용노조 활동, 노조파괴 문건 발견 등 노조원 탈퇴로 인해 부산시청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정 합의로 파업이 종료됐다. 그러나 당시 파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사직 및 계약 만료로 생탁을 떠나 일용직으로 파업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고 있는 현실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Tag
#단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