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조명애 워싱턴 에디터·불문학 박사] 시중에 판매되는 비처방약은 물론 대부분 처방약의 약 93%가 ‘잠재적 알레르겐’을 일으킨다는 놀라운 주장이 제기됐다. 오래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약물의 알레르겐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알레르겐은 이른바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抗原)’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화분병으로 꽃가루 흡입으로 호흡곤란이나 발작 등이 일어난다. 땅콩 알레르기나 특정 생선 알레르기 등도 자주 보는 알레르기다. 실내의 먼지, 고추가루,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동물의 털이나 피부의 부스러기 등으로 일어나는 알레르기도 있다.
우리가 복용하는 의약품에는 그 약의 유효성분과 함께 비활성 성분들이 들어있다. 제조업체는 여러가지 이유로 비활성 성분을 추가한다. 예를 들어, 약이 인체 내에 빨리 흡수되게 만들거나 안정시키게 하는 성분들이 그것이다. 또 단순히 제품의 모양이나 맛을 향상시기 위해서도 과당이나 유당 같은 첨가제를 넣기도 한다. 이런 성분들은 통상, 어떠한 해를 끼치지 않지만 특정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보스턴 소재 브링엄 여성병원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진들은 오래전부터 의문을 품고 있던 의약품 첨가물들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병진의과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조반니 트라베르소는 약 5년 전, 소아 지방병 환자를 치료하던 중, 의문을 불러 일으킬 만한 처방 문제에 직면했다. 그는 아이에게 오메프라졸(omeprazole)을 처방했다. 이 약은 위벽에서 위산의 분비에 관여하는 프로톤 펌프(수소이온 펌프)를 억제하여 위산을 빠르고 강하게 억제하는 위장약으로 보통 별 문제 없다.
그러나 1주일도 못되어 아이는 통증을 호소했다. 추가 조사 결과, 트라베르소는 환자가 복용한 약에 글루텐이 함유된 밀 제품에서 추출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같은 양의 활성 화학물질을 같은 양으로 사용하는 약품도 어떻게 제조했는지에 따라 다른 성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43개의 다른 회사들이 갑상선 호르몬 결핍 치료제인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을 140개의 특정 방식으로 생산한다.
사실 약 포장박스에 성분목록이 기재돼 있어도 소비자들은 그 성분에 무엇이 함유돼 있는지 모른다. 이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비활성 성분들을 크게 섭취하지는 않지만 매일 10개의 처방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매일 평균 2.8g의 비활성 성분을 섭취하게 된다.
연구진은 약물에 들어 있는 불활성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의 예를 찾기위해 전세계 의학 잡지와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필박스(Pillbox)라는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져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약들의 전체 성분들을 확인했다.
분석결과는 놀라웠다. 판매되는 약물의 50% 이상이 비활성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어떤 경우에는 최대 99%에 달했다. 또 약물의 93%가 유당, 염료 그리고 땅콩 기름을 포함한 알레르겐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 거의 모든 약에는 글루텐 같은 성분이 들어 있었다.
또 50% 이상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화기 문제를 일으키는 FODMAP<(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폴리올(polyol)>을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알레르기는 점점 더 흔해 지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이 비활성 성분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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