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기다림' 자영업자들의 깊어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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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기다림' 자영업자들의 깊어진 한숨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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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밤 9시 영업중단 유지'에 '점등 시위'로 맞서
재난지원금, 임대료 멈춤법 등 나왔지만 제자리걸음 계속
"정부 지침 지켰지만 빚만 늘어" "임대료 안 올려도 천만다행"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하루 하루 손님 기다리는 게 일이에요. 왔다갔다 해야하는데 손님이 없으니까 움직이지도 못하고... 우울증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8일 저녁 서울 성북구의 한 횟집. 이 곳엔 저녁 시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비수도권은 지난 8일부터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완화됐지만 수도권은 저녁 9시까지 영업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 평소 저녁 시간이면 손님들도 가득찬 식당이었지만 코로나19는 손님들의 발길을 뜸하게 만들었고 그 고통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횟집의 주인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기다리는 것뿐이다. 손님을 기다리는 일, 영업 제한이 풀리길 기다리는 일, 코로나가 빨리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일.

"요즘은 포장하시려는 분들도 많이 없어요. 9시 넘어도 포장은 가능하니까 전화를 기다려보기는 하는데... 많이 오지는 않네요. 그래도 전화가 올 것 같아 9시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 하긴 해요. 그저 기다릴 뿐이죠. 5인 이상 모임도 금지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이 따로 앉기 싫다고 오려 하지 않아요. 설 되니까 사람들도 잘 안 오고... 연휴라서 더 안 되겠네요. 그래도 오늘은 손님이라도 오니까 이렇게 말도 하고 움직일 수 있어서 한결 낫습니다".

최근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수도권 밤 9시 영업중단 유지'에 반발하며 8일 자정부터 '개점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손님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과 임대료 등을 그대로 내야하니 적자는 물론 빚이 쌓여가고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고 시행했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라는 것이 자영업자들이 실력 행사를 하는 이유다.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났음에도 교회의 대면예배는 허용한 반면 영업점의 영업을 제한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큰 손해를 본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정치권에서는 '임대료 감면법', '특별재난연대세' 등을 제안하며 임대료 감면 및 면제 등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으로 이들의 빚을 탕감하기란 어렵고 임대료 감면 및 면제 법안도 국회에 발의가 됐지만 통과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임대료 멈춤'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고 정부가 임대료를 메우는 방안도 지지부진하다.

"여기 건물 주인이 노부부에요. 이 분들은 세를 받아도 다 병원비로 나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몸이 안 좋으시니까 건물세를 다 병 치료에 쓰는 것이지요. 그나마 이 상황에서 임대료를 올리지 않으셨어요. 그나마 다행인거죠". 

그는 현재 운영 중인 횟집을 정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안면도에 횟집을 연 후배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면도 횟집은 지금도 잘되요. 돈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가 와도 놀러도 잘 가고 그 곳의 음식도 먹고 가지요. 정부에서 아무리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해도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니까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요. '여기 안 되면 접고 보증금 받아서 오라'고 하는데... 물론 몸은 편할 수 있겠지만... 고민이 되네요... "

한편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근거 없는 밤 9시 영업시간 제한 폐지 △자영업자도 참여하는 방역기준 조정기구 구성 △손실보상법에 소급적용 허용 △보상협의기구에 자영업자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업종마다 피해를 입었다는 수준이 다르고 모든 자영업자에게 같은 보상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모두를 만족시킬 해결책이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획일적인 영업정지보다는 '업종별 매뉴얼'을 만들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생맥주집의 경우 밤 9시경부터가 피크인데 이 시간의 장사를 막음으로써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고 헬스장 등 시설도 퇴근길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에 이에 맞춘 영업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정부의 시책을 잘 따라와준 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영업권도 지켜줘야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 어느 순간에 코로나가 확산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영업을 허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힘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기보다는 정부가 현장의 상황을 잘 살피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끝없는 기다림이 지속됐지만 늘어가는 빚에 이들도 결국 지쳐있는 것이다. 재난지원금도 소득보장제도 기본소득도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리고 기다려야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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