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군에게 보이기 위한 단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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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군에게 보이기 위한 단식이었나!
  • 김도훈 기자
  • 승인 2016.10.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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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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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도훈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정상화 결정과 함께 6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후송돼 진료 중이다. 다행히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 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아련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향의 노부모가 이 대표의 단식 소식에 몸져 누웠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더욱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회 파행 사태가 집권 여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까지 이어져야 할 일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비록 '개인 이정현'의 단식 투쟁에는 연민이 느껴지지지만, 개인의 단식 투쟁과 여당 대표의 그것과는 분명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단초가 된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단식 투쟁에는 최소한의 명분과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더구나 집권당 대표의 단식 투쟁이라면 국민에게 더욱 선명한 이유와 목적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단식의 목적지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정 의장이 그대로 따를 리가 있겠는가. 생각해보라. 박근혜 대통령의 특정 통치 행태에 거부감을 느낀 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고 치자.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여 하야해야 하는가 말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국민적 지지를 받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지지층이 결집되는 소기의 성과는 얻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도층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었을까 하는 점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국감 복귀를 놓고 친박과 비박이 의견이 갈린 터였는데 과연 중도층이 이 대표의 단식을 적극 응원했을까 하는 점에는 분명 회의론이 인다.

문제는 또 있다. 앞으로 여야간 극한 대결을 벌여야 할 충돌점은 수없이 많다.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이 대표는 그때마다 단식 투쟁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하는 점도 여권의 전략 미스로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은 국정감사의 정상적 개시를 지연시키면서 정 의장의 중립성 훼손 여부를 부각시킨 것 외에는 딱히 얻어낸 것이 없다. 야권에서는 일찌감치 '쇼', '코미디'라고 폄하했지만 목숨을 건 이 대표의 정치 행위를 그렇게 평가절하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결연한 단식이나, 국가적 투쟁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과거 정치인의 단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SW

k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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