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광화문 유리집에 사는 대통령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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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광화문 유리집에 사는 대통령의 처지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7.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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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대통령은 어찌보면 청와대 침실이나 회의실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혹은 전세계 사람들이) 훤히 들여야 볼 수 있는 유리집에 사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까발리게 되고 사생활이 없는 것은 어쩔수 없다. 대통령의 곁에는 그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으나 바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제도적 세력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의회나 언론과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 국민과 의회는 똑 같이 국가의 중요한 틀이며 언론 또한 민주주의의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들과 손을 잡든지, 설득을 하든지, 호감을 사든지 해서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치적 기술을 발휘해 관계를 풀어가야 할 많은 이익·정치 집단들이 있다. 이들 집단은 모두 숟가락 하나씩 들고 밥상머리에 둘러 앉으려 한다. 대통령은 이런 집단을 잘 가려내 정리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말려들어 무능한 대통령이 되기 쉽다.

미국의 유능한 정치 평론가인 에이비드 거겐은 의회나 언론, 워싱턴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 닉슨, 카터, 클린턴을 꼽았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거의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상당수의 정치 지도자들이 행하는 잘못된 통치행위 중 하나는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만 눈을 돌린다는 점이다. 이런 행위로 재미를 본 사람이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분노한 백인(Angry white)’의 마음을 교묘하게 묶어 놓은 것이 그를 권좌에 올렸다.

비방지목(誹謗之木)’헐뜯는 나무라는 말로 임금의 잘못을 기록하는 나무다. 중국 요() 임금이 자신의 그릇된 정치를 지적받기 위해 궁궐 다릿목에 세웠다. 대를 이은 순()임금도 누구든 정치에 불만이 있으면 나무 기둥에 글을 새겨 직언하도록 했다. 언로를 틔워 놓고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다 들으려 하는 자세야 말로 진정한 군주의 자세다.

청와대가 지난 17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국내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비판했다. 청와대의 일부 언론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닌 듯하다. 하지만 언론과 권력은 늘 긴장 관계에 있다.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不可遠)’이라고도 했다. 듣기 좋는 말만 들으려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은 법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우리나라 거의 전 언론의 비판을 받고 사라졌다. 언론은 야당과 더불어 감시와 견제, 비판 행위가 본연의 역할이다. 언론이 정부에 알랑거리는 순간, 이미 언론이 아니라 창부와도 같다. 요순 임금의 지혜가 아쉽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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