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 규제 간소화', 노동계 '안전 무시한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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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전 규제 간소화', 노동계 '안전 무시한 처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8.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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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5일 브리핑에서 안전 관련 규제 간소화 계획을 밝혔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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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에 안전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노동계는 대상 제품들이 불화수소 등 화학물질임을 들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5일 브리핑에서 "수출 규제와 관련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품목을 수입할 경우 산업안전상 필요한 조치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해 대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안전상 필요한 조치'는 공정안전보고서(PSM),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인증 등이다. 공정안전보고서는 공정 과정의 안전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으로 유해설비 및 위험설비를 보유한 사업장이 공정안전자료, 안전운전계획 등을 적은 것으로 중대한 산업사고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된 건설물, 기계, 설비 등을 설치 및 이전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때 사업주가 작성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안전 확보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것이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제조업과 건설업은 반드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안전인증은 기계 등 수입시 안전 여부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에 인증받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제 등의 생산을 위해 새로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최대한 빠르게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54일이 소요되는 심사 및 보완기간을 최대 30일까지 단축하고 현장에 설치된 설비를 확인하는 것도 신청이 들어오면 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노동부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상 기업이 불화수소 등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이기에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큼에도 안전 규제를 줄이겠다는 것은 자칫 부실 검사로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6일 성명에서 "산업안전 인증 검사 조치는 유해 위험물질, 설비, 공정에서의 치명적인 중대산업사고를 막기 위한 핵심 절차이며 이 절차의 부실한 처리는 불화수소 등 화학물질 누출 사고나 반도체 공장 백혈병 등 화학물질 관련 직업병으로 이어진다"면서 "정부는 이같이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한 조치를 심사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을 무려 44%나 단축하겠다는 호기를 보인다. 늘어지는 행정 처리를 효율적으로 당기겠다는 선의에서 끝나면 모르지만, 신중함과 부실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안전을 완화하거나 서두른다는 주장은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겠다는 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녹색당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산업안전과 같이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문의 인증 기한을 단축시키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1년에 2400명 규모로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꼴이다. 정부는 이토록 위험한 산업환경을 인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생명은 경제위기라는 명분에 희생되어도 좋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을텐데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것을 빠른 시간에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고 결국 부실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다. 대상 기업들이 다루는 반도체 관련 물질로 인한 인명사고가 최근까지도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행정 절차로 이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안전이 걸린 문제는 신중해야하는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부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여유있게 진행한 것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안전공단의 행정적 절차를 당긴다는 것이지 심사를 빨리 하고 끝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추후 안전관리 확보가 안된다면 더 큰 문제가 벌어지기에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급한 사업장부터 먼저 하도록 하면서 시간을 당기고 심사는 이전처럼 엄격하게 한다. 30일이라고 하지만 기업이 만약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기한은 자연히 연장될 수 밖에 없다. 보완이 없으면 심사도 보류다. 심사는 종전과 같기 때문에 큰 우려를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일본 수출규제를 빌미로 기업들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완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이 산다는 말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다 규제를 완화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은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더 강하게 해야할 때"라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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