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르포②] 北의 탄식...283억 들인 앙코르 박물관 결국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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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르포②] 北의 탄식...283억 들인 앙코르 박물관 결국 폐쇄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1.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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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에 지난해 11월25일자 폐쇄 공고문 나붙어
캄보디아 대북제재 동참으로 50년 친북정책 철회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283억원을 들여 만든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사진 / 양승진 기자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283억원을 들여 만든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 만수대 창작사의 첫 해외 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시엠레아프의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Angkor Panorama Museum)이 결국 문을 닫아 향후 캄보디아 정부가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29일부터 올해 17일까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과 시엠레아프에서 현지 취재를 한 결과, 북한이 283억원을 들여 만든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이 문이 닫힌 채 20191125일자로 폐쇄한다는 공고문만 나붙었다.

이곳을 안내한 캄보디아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영향 탓도 있지만 사실은 입장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캄보디아 한인사회에서 관광객들의 입장 자제 요청이 큰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512월에 개관한 파노라마 박물관은 캄보디아 정부가 제공한 6000부지에 연면적 5000, 높이 34m의 건물로 북한이 설계와 건축, 전시물까지 건설운영양도(BOT) 개념의 첫 해외 외화벌이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북한은 이 박물관에 2400만 달러(283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노라마 박물관 출입구에 붙은 폐쇄 공고문. 사진 / 양승진 기자
파노라마 박물관 출입구에 붙은 폐쇄 공고문.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은 오픈 후 첫 10년간은 입장료 수입으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이후 10년간 이익금을 캄보디아 측과 55 비율로 나눈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박물관의 소유·관리권이 앙코르 유적 관리를 전담하는 캄보디아 정부기구인 압사라청으로 이전되게 된다.

북한에서 파노라마 박물관을 전담한 곳은 다름 아닌 만수대 창작사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물을 주로 제작해온 만수대 창작사는 1990년대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후 아시아·아프리카 국가가 발주하는 대형 예술품 제작을 수주하면서 외화벌이에 나섰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건축한 높이 52m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2010)’,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화분수(2005)' 복원이 대표적이다.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의 경우 만수대 해외사업부가 우방인 캄보디아 정부기구인 '개발위원회'에 건립 계획을 제출했고, 2011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북한 노동자들이 건축을 맡고 만수대 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총동원돼 꾸몄다.

높이 34m 건축물인 파노라마 박물관 외관. 사진 / 양승진 기자
높이 34m 건축물인 파노라마 박물관 외관.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파노라마 박물관은 캄보디아 역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대형 그림과 조각품, 200여석의 3D 입체영화관까지 갖췄다. 특히 12세기 앙코르 왓의 역사를 묘사한 초대형 파노라마 그림은 농구장 4개를 합친 크기에 등장인물만 45000명으로 북한 예술가 63명이 4개월 동안 머물며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과 캄보디아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2016년 한 해 앙코르 와트를 찾은 관광객이 250만명에 달했지만 외국인들은 파노라마 박물관을 외면했다.

캄보디아 관계자는 앙코르 와트 입장료가 비싼데 굳이 박물관을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관광객들이 외면했고, 일부 캄보디아 주민들만 찾았다박물관이 영업부진을 겪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을 닫기 전 박물관 입장료는 외국인 20달러, 캄보디아인 11달러로 현지 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다.

앙코르 박물관 앞에 나타난 툭툭이. 사진 / 양승진 기자
앙코르 박물관 앞에 나타난 툭툭이.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파노라마 박물관에는 미술품 관리를 위해 5명의 화가를 비롯해 안내원, 관리원 등 북한인 20명과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 40명이 근무했었다.

어쨌거나 미국의 원조를 바라는 캄보디아는 50년 우방에 대한 친북(親北)정책을 철회하고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파노라마 박물관 폐쇄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앙코르와트를 관리하는 압사라 당국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한 정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조만간 향방이 정해질 예정이다. SW

jed0815@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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