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르포①] 북한대사관 갔더니...김정은 사진만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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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르포①] 북한대사관 갔더니...김정은 사진만 웃더라
  • 양승진 북한전문기자
  • 승인 2020.01.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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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에 무릎...북한식당 6곳-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등 문 닫아
인공기 펄럭이는 모습만이 '대사관'임을 알려
미국 원조 중단에 캄보디아 '대북제재 존중한다' 태도 바꿔
캄보디아 독립기념탑 옆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내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 사진 / 양승진 북한전문기자
캄보디아 독립기념탑 옆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내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시사주간=양승진 북한전문기자] 북한이 동남아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로 꼽는 캄보디아에서 조차 대북제재 영향으로 노동자들이 모두 철수하는 등 대사관만 유지한 채 초토화 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과 시엠레아프에서 현지 취재를 한 결과, 북한식당 6곳과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등이 모두 철수한 채 문을 닫았고, 일부 식당은 건물 자체가 철거돼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프놈펜의 상징인 독립기념탑 옆에 있는 캄보디아 북한대사관은 철문이 굳게 닫힌 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고, 대사관 문을 지키는 경비원도 한낮 기온이 34도에 육박하자 보안박스 안에서 TV만 보고 일행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출입구 옆의 현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란 명판이 금색으로 붙었고, 건물 번호로 보이는 숫자 ‘39’가 기둥에 붙었다. 

그 옆으로 아무런 표식도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 하는 사진 3장이 보였다.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 시찰, 최근 시로 승격한 삼지연 관광지구 준공식에서 테이프 커팅하는 사진이다. 

그 아래로 삼지연 건설현장 등 경제부문 성과를 나타내는 사진 4장이 나란히 붙었다. 

독립기념탑 그늘에 앉아 한참을 지켜봐도 오가는 사람은 없고 인공기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부끼며 북한 대사관임을 알렸다. 

김일성대원수거리를 만들 정도로 북한과 가까웠던 캄보디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50년 가까이 밀착관계를 청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캄보디아 북한대사관의 외관 모습. 사진 / 양승진 북한전문기자
캄보디아 북한대사관의 외관 모습.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시아누크 국왕 경호는 북한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서 북한과 가장 우호적인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캄보디아다. 

북한과 캄보디아는 1964년 12월 28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상주 대사관을 교환 설치했다. 1997년 10월 대한민국과 캄보디아가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재개하기 전까지 대체로 친북노선과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 배경에는 김일성과 시아누크 국왕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1970년 시아누크 국왕이 론 놀 장군의 쿠데타로 실각하고 평양을 찾았을 때 김일성은 그를 현직 국왕으로 예우하며 자신의 관저인 주석궁을 본떠 큰 저택을 지어줬다.

시아누크 국왕은 1975년 론 놀 정권이 무너진 뒤 조국으로 돌아갔다가 베트남 침공으로 캄보디아에 친베트남 정권이 들어서자 또다시 망명길에 올라 평양을 찾았고, 김일성은 이때도 그를 환대했다. 

김일성은 시아누크 국왕이 1991년 13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조국으로 금의환향할 때 북한 경호원 40명을 같이 보내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시아누크는 보답으로 김일성 생일 때 직접 노래를 지어주기도 했고, 수도 프놈펜에 김일성대원수거리도 만들었다. 왕궁경비를 북한군 출신 용병에게 맡겼을 정도로 북한을 신뢰했다.

50년 가까이 유지된 북한과 캄보디아의 밀착관계는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아세안 차원에서 대북 결의안을 낼 때도 반대 목소리를 냈을 정도였다.

캄보디아 북한대사관 정문에 붙어 있는 현판과 건물번호. 사진 / 양승진 북한전문기자
캄보디아 북한대사관 정문에 붙어 있는 현판과 건물번호. 사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갈수록 쪼그라드는 북한 위상

캄보디아는 친중(親中)국가인 동시에 친북(親北)국가로 유엔 안보리는 물론 미국 등의 대북제재 요청도 외면하면서 북한 외화벌이를 방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유엔, EU로부터의 원조는 모두 받아 챙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집권 뒤부터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는 원조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3월 서명했던 단기 세출법안은 “미국의 원조를 받고 싶다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북한과의 모든 교류를 끊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는 군사원조 13억 달러(한화 1조5200억원) 가운데 3억 달러(3500억원)를 삭감 당했고, 미얀마는 경제원조 15%를, 캄보디아는 모든 원조가 중단됐다. 

캄보디아는 2017년 11월까지도 “원조를 끊어보라”며 큰소리 쳤지만 2019년 11월이 되자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존중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은 캄보디아의 주권을 존중하며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서한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대북제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캄보디아는 시엠레아프 소재 북한 파노라마박물관을 완전 폐쇄조치했고, 캄보디아 내 북한 식당 6곳도 모두 문을 닫아 종업원들을 귀국시켰다.

지난 3일에는 캄보디아 수사당국이 인터넷 사기 첩보를 입수해 북한인 16명을 구속한 뒤 이튿날 전격 추방했다. 

하지만 미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 첫날 발효된 ‘2020 패키지 예산 법안’에도 “북한의 사이버 공격역량을 지원한 나라에게는 원조를 중단하라”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는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끊기 전까지는 미국으로부터 8200만 달러(한화 950억원)의 원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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