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시청각장애인 법률 제정과 당사자들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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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시청각장애인 법률 제정과 당사자들의 참여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7.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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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최인옥씨 등이 근접수어(가까이서 하는 수어)로 토론내용을 보고 있다. 사진=김철환
지난 27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최인옥씨 등이 근접수어(가까이서 하는 수어)로 토론내용을 보고 있다.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국회에 발의되는 법률안들은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다. 절박한 사정을 담고 있는 법률안들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시청각장애인 관련 법률안들도 절박함에서 시작되었다.

20대 국회 당시 법률 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국회 정론관에서 연 적이 있다. 기자회견장에는 법률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시청각장애인들이 참석을 했다. 보기 드문 광경도 펼쳐졌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통역사들의 손, 그 손과 동작들을 만지며 기자회견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시청각장애인들도 기자회견장에서 손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였다. 기자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히는 시청각장애인들도 있었다.

시청각장애인들은 시각과 청각 기관에 동시에 장애가 있는 이들로 두 기관에 장애가 있어 ‘중복장애’로 불리어져 왔다. 대체로 장애가 중복되는 경우 두 장애가 겹쳐 나타나기도 하지만 시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중복이 아닌 다른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 최인옥씨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다. '빨강색과 파랑색을 섞으면 전혀 다른 보라색이 되듯이 시청각장애인도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되면 다른 특성을 보인다'. 

정부도 그렇고 우리 사회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이들에 대한 지원은 별로 없다. 촉수어, 점화 등 이들을 지원할 전문 인력도 마찬가지다. 활동지원을 하는 이들조차 이들의 특성을 잘 모른 채 투입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대부분 방치되거나,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20대 국회 막바지에 법률안 중 하나가 개정되었다. 개정된 법률은 장애인복지법으로, 시청각장애인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복지법 틀에서의 지원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형태의 법안도 발의되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다. 시청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과 구별되어야 하므로 독자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법률안에는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 구축하는 등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 종합적으로 들어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되고 말았다.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서 한 시청각장애인이 촉수어(만져 인지하는 수어)로 토론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서 한 시청각장애인이 촉수어(만져 인지하는 수어)로 토론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최근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법률을 발의했던 이들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청각장애인들도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정보차단이나 사회와의 고립과 단절에 비추어 독자적인 법률 제정은 긍정적이다. 특히 코로나19는 시청각장애인들을 고립과 단절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을 지원할 전문인 육성이나 체계적인 복지시스템 구축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그동안 법률 제정 과정에 시청각장애인들의 참여가 쉽지 않았다. 전문가 중심으로 법안들이 논의되어 왔다. 20대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시청각장애인들의 가슴 한 구석에는 서운함이 있었다.

입법의 권한은 국회에 있다. 그럼에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전문가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다. 그래서 법률이나 복지 전문가들 대변하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청각장애인의 경우는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더 나아가 시청각장애인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법률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 법률을 제정했다는 실적은 국회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 제정이 시청각장인들이 아닌 주변인(통역사, 복지전문가 등)의 사업 확대 등을 위한 방향으로 변질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청각장애인 관련 법률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 시청각장애인의 참여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요식행위로써 검토만이 아니라 현안을 분석하고 법률 문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터 말이다. 

이럴 때 진정으로 시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는 법률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시청각장애인들이 일반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이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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