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옆에 ‘아동 성범죄자’? 거주제한 언제쯤
상태바
내 집 옆에 ‘아동 성범죄자’? 거주제한 언제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11.18 17:03
  • 댓글 0
  • 트위터 422,4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2세 준비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성범죄자 정보공개 웹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를 보고 불안을 느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200m도 안되는 거리에 한 아동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모여 살고 동네 500m 안으로는 유치원 초등학교가 있는 동네에서 이 같은 강력범죄자가 있는 줄 A씨는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해당 성범죄자는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기록됐다. 순간 A씨는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12년의 형기가 끝나 다음 달 출소하는 조두순의 얼굴이 생각났다. A씨는 어째서 여성과 아동이 많이 사는 동네에 이런 강력범죄자가 살 수 있도록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두순 사건의 당사자인 조두순의 출소가 18일 기준 25일 남았다. 시민사회의 분노가 커지자 정부와 경찰 등 법조기관은 조두순에 대한 감시 강화 및 활동 제한으로 미연에 범죄를 막겠다는 의지를 펼쳤다. 하지만 올해 2월 조두순과 똑같이 아동 성폭행으로 징역 12년을 살고 나온 다른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 8일 만에 또 범행을 저지른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조사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2018년도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자 2431명에게 ‘한국형 성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SORAS)’ 및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을 실시했다.

이 중 강간의 경우 검사자 153명 중 30점 만점 기준 위험성이 ‘상(13~29점)’에 속한 인원이 65명(42.5%), ‘중(7~12점)’에 속한 인원이 80명(52.3%)로 고위험군에 크게 몰려있었다. PCL-R 검사를 받은 강간범 129명도 40점 만점 기준 위험성이 ‘상(25~40)’에 속한 인원은 14명(11.0%), ‘중(7~24점)’에 속한 인원은 94명(74%)로 과반수가 고위험군에 속한 모습을 보였다.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범죄자도 두 검사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아동 성범죄자, 특히 아동 성폭행 범죄자의 높은 위험성 및 재범률을 감안하면 ‘더 큰 감시’보다 사회로부터의 완전 격리나 거주제한 같은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2005년 플로리다주에서 9살 소녀 제시카가 아동·성폭행 전과자로부터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최하 징역 25년 및 출소 후 평생 전자발찌를 채우는 ‘제시카법’을 제정했다.

또 약 40개 이상 주에서 제시카법을 적용해 아동 성범죄자의 피해자 및 아동·청소년 거주지역, 학교 등 아동·청소년 관련시설로부터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주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500m, 플로리다주 2500피트 등 약 1000~2500피트 반경으로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한다.

한국도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따라,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법원 결정이나 명령, 보호관찰소 신청으로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준수사항은 △야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 △특정 지역·장소에의 출입금지, △주거지역 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에의 접근금지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 같은 전자장치 부착 기간이 끝날 경우 이에 대한 제한도 풀어지기 마련이다. A씨의 사연처럼 뒤늦게 알고 불안에 떠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성범죄자가 반경 1km 이내에 사는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아동·청소년 시설은 전국 4만2344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제한을 근본적으로 막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체류 금지를 제안했다. 범죄 프로파일러이자 전직 국회의원으로 이름난 표창원 전 의원도 2018년 2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 발의로 아동 성범죄자의 주거지역 제한 및 접근금지 부과 기준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표 전 의원의 해당 법안이 임기만료폐기된 것처럼 이번 국회에서 언제 이에 대한 논의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거주제한 등 법적 제한은 기본권 제한이란 반발도 안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헌법제판소가 아동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나름의 발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자의 높은 재범률과 선진국의 거주제한을 비교분석할 때, 한국 또한 이에 관한 법적·행정적 조치는 시급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