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특집 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다시 나이 듦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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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다시 나이 듦이 어떠신가요?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12.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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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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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그렇죠? 코로나19는 그렇다 치고 여름의 그 지긋한 더위와 홍수에 시달린 올해 2020년, 누구나에게 생애 가장 괴로운 해였음이 분명합니다.

‘참 힘들었어!’라는 깊은 탄식, 모두가 그런 와중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푸념, 습관어가 돼 수시로 한숨 섞어 입에서 뱉었을 뿐이지 누구의 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휘발되고 말았을 겁니다.

깜깜한 터널의 끝인가 싶어 허덕이며 겨우 걸으면 더 짙은 어둠이 기다리고, 기다리고. 그럼에도 또 하고 싶다고요? 하세요. 고단했다고 외치세요. 울적할 땐 차라리 펑펑 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하니까요.    

지난 2월부터 기분은 음울, 손과 발은 꽁꽁 묶여 여태 이러니 올 한해를 무효로 쳐줬으면 좋겠습니다만, 하늘은 늘 무심합니다. 하루 시간만 지나면 우린 또 한 살을 더하게 됩니다.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소리가 모르는 어느 시기의 타이머 종료 순간에 멈출 텐데, 아무 흔적도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이만 한 살 덜컥 먹는다는 것이 허무하고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어릴 때, 퀴퀴한 유행가를 부르고, 쩝쩝 소리 내며 음식을 먹고, 자기 말만 열심히 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참 싫었습니다. 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려 했고 안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광화문 연가’를 흥얼거리고, 건강을 위한답시고 오래오래 강하게 음식을 씹고, 만성 축농증으로 코를 킁킁거리고, 어렵게 깨달은 지혜를 자식이나 제자들에게 열심히 말해주고 있으니... 나도 그 나이를 먹어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거기에 이제 또 한 살을 더한다니 사뭇 분하다니까요. 저보다 젊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나이 듦’을 숫제 거부할지도 모르겠죠.

17세기 어느 수녀는 기도를 통해 제대로 나이 들기를 간구했다고 하네요. ​​이렇게요. 같은 마음이어서 옮깁니다.

'주님, 주님은 제가 언젠가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제가 말 많은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에 대해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기억력이 좋아지도록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 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과 타인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게 나이 들면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 눈이 점점 어두워지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한 살을 더하여 인생의 정점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되신 당신께 축하를 드립니다. 싫은가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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