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누구나 편리한 환경'의 촉매제, 유니버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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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누구나 편리한 환경'의 촉매제, 유니버설 디자인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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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1997년에 제작된 <체리향기(Taste of Cherry)>라는 영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 노인이 스스로 밧줄로 목을 매기 위해 나무에 올랐다가 체리 때문에 죽음을 포기한다. 손에 잡히는 체리를 따 먹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꾸면 고통스러운 삶도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일상이 장벽인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턱이 있어서 식장에 들어갈 수 없고, 점자블록이 없어 혼자 이동이 어렵고, 수어통역이 없어 강연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들, 이러한 현실들이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넘어 고통인 경우도 있다.

설령 불편을 수용하여 마음에 평안이 왔다고 치자. 그렇다고 불편한 환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환경을 방치할수록 불편함은 더 커진다. 장애인의 문제에 있어서 ‘마음을 바꾸라’고 권유하는 것 못지않게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안에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센터’를 열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하여 신축을 하거나 개보수를 하는 시내의 모든 공공건축물과 시설물에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유니버설 디자인센터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

디자인(design)은 ‘물품이나 글자체 등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디자인보호법 제2조 1호)’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자인의 개념이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러한 디자인의 개념을 넘어선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초점을 둔다. 건축물이나 시설물, 서비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국적이나 연령과 성별, 개인이 가진 능력의 차이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디자인의 대상이다.

이 개념은 1990년대 로널드 메이스 교수(Ronald Mace)가 제시하였다. 당시 로널드 메이슨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제시하며 일곱 가지 원칙을 정했다. 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사용이 자유로우며, 사용법이 쉽고, 곧바로 이해할 수 있고, 실수나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며, 작은 힘으로 사용 가능하고, 취급하기 쉬운 공간이나 크기 등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적용은 초기에 건축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생활 용품이나 음료수 캔 등 공산품과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이들은 장애인들이다. 특히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집 구조나, 동네 편의점 등 시설들은 장애인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이주민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비장애인 가운데에도 불편함을 안고 사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알려진지 오래되었지만 대중들에게 여전히 낯설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꼭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불편을 줄이기 위하여, 코로나19 이후 공존을 위해서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의식 확산을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영화 <체리향기>에서 체리가 마음을 바꾸는 계기였다면, 불편한 환경을 바꾸기 위한 촉매제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해서 말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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