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집단면역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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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집단면역 11월(?)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5.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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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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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지금 이 시간에서 6개월이 지나면 11월이 된다. 11월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까? 엠브레인ㆍ케이스탯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4월 22일 발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가 목표로 삼은 코로나19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69%, ‘가능할 것’ 24%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부정적 전망이 각각 77%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정한 ‘11월 집단면역’은 상반기(上半期)에 들어올 백신이 부족해 하반기(下半期)에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한 경우를 가정한 시점이다. 2월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해 두 달이 다 된 지금까지 5% 접종률(4월29일 현재 1차접종 280만명, 5.4% 그리고 2차접종은 16만명, 0.3%)을 기록하고 있으며, 상반기 1200만명 1차 접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월 26일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추가 구매 계약 사실을 공개하면서 “집단면역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1923년에 처음 사용된 집단면역(herd immunity, population immunity)이란 전염병이 유행하는 집단에서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免疫)을 가진 상태가 되어 전염병으로부터 간접적인 보호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즉, 많은 비율의 구성원이 병원체(病原體)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1930년대 헤드리히(A.W. Hedrich) 박사가 발표한 미국 남부 메릴런드주 볼티모어(Baltimore)의 홍역(紅疫, measles) 역학연구에서 홍역에 걸려 면역을 가지게 된 어린이가 일정 수 이상 늘어나면 새로운 감염이 줄어드는 집단면역 현상이 확인되었다. 홍역은 홍역바이러스(measles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유행성 전염병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생성된 집단면역은 천연두(天然痘, smallpox)의 박멸에 기여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생한 천연두는 1977년 10월이며, WHO는 1980년에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하였다. 집단면역은 모든 질병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한 개인에서 다른 개인으로 전염되는 전염병(傳染病)에만 적용된다. 예컨대 파상풍균 포자에 의해 발생하는 파상풍(破傷風, tetanus)은 감염병이지만 전염성이 없어 집단면역이 작용되지 않는다.

집단면역의 목적은 질병 전파를 억제해 면역이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집단 내 면역자가 늘어날수록 질병 전파력은 약해지며, 일정 수준을 넘으면 면역이 없는 구성원도 간접적으로 보호받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때 집단면역을 획득할 수 있는 집단 내 면역자 비율을 집단면역 역치(herd immunity threshold, HIT)라 한다. 집단면역을 통해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사람(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등), 접종 이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백신은 1차 접종만으로는 면역 형성이 완벽하지 않고, 접종자 10명 가운데 1명꼴로 항체(抗體) 형성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항체(antibody)는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抗原)에 대항하여 이를 제거하기 위해 생성되는 물질을 말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이 있으며, 또한 병원성 생물체가 만들어 낸 독성 물질 등도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외부에서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면역계에 인식되거나 면역계와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생물체나 물질을 항원(antigen)이라고 한다. 항원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항원에 대해 항체가 생성된다. 항체는 아미노산이 폴리펩티드(polypeptide) 결합으로 연결된 단백질(protein)로 되어 있으며, 긴 사슬의 단백질과 짧은 사슬의 단백질이 결합하여 Y자 모양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항체는 B림프구 또는 B세포에 의해 림프(lymph) 조직에서 형성되는 글로불린(globulin)계 단백질이다. B림프구(B세포)는 백혈구로 그들 표면에 있는 수용체(受容體, receptor)를 통해 항원을 인지할 수 있다. 이들 수용체는 항원의 표면에 존재하면서 B세포의 수용체와 상보적(相補的) 구조를 지닌 분자인 항원 결정소와 결합한다. B세포가 항원에 결합하면 B세포들은 1초당 수천 개의 항체를 만들 수 있는 클론(clone)으로 증식된다. 이렇게 생성된 항체들은 침입한 항원을 공격하여 이들의 작용을 중화시킨다.

백신(vaccine)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코로나(COVID-19) 백신 대부분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spike, 돌기)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오래 지속되는 면역 세포와 항체를 만들어 낸다. 예방 접종을 완료하고 면역이 형성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반응을 일으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코로나 백신은 mRNA(傳令RNA) 백신, 재조합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mRNA 백신(messenger RNA vaccine)’은 기존의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도록 한다. 기존의 백신에 비해 생산하기가 쉬우며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mRNA는 핵(核) 안에 있는 유전 정보를 세포질 내 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인 리보솜(ribosome)에 전달하는 RNA로,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가 단백질 형태로 발현되지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예전부터 백신 개발 및 단백질 대체 치료제 분야에서 유망한 치료 도구로 주목 받아왔는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를 겨냥한 mRNA 백신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이므로 항체의 지속 기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재조합(再組合)백신(recombinant vaccine)’이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단백질의 전체 또는 일부만을 발현시켜 백신으로 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무해한 단백질 항원(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백신을 맞으면 인체의 면역체계는 단백질 항원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획득하게 된다.

‘바이러스 벡터(vector, 운반체)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 주형(鑄型)에 넣어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의 유전 물질을 포함한 바이러스로 만들어지며,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얻게 된다.

국내 도입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감염 예방률은 노바백스(Novavax) 96%, 화이자(Pfizer)가 95%, 모더나(Moderna)가 94%,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평균 70%, 얀센(Janssen)은 66% 등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9900만명분을 계약하였으나, 지금 우리는 미국의 화이자ㆍ모더나 백신을 조기에 도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백신이 제때에 도착하여야 하며 국민의 70%가 접종에 응해야만 집단면역이 가능하다.

코로나 백신 정책 전문가인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가 노바백서(Novavax)를 상대로 직접 국내 공급 계약을 따내고 정부 차원의 협상으로 연계해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SK바이와이언스가 2000만명분을 직접 생산하므로 해외 공급 차질의 우려 없이 3분기부터 원활하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4월 27일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보건전문가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전체 인구의 70-85%가 항체를 보유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 미국ㆍ영국 등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은 ‘백신 주권’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ㆍ일본 등 백신 접종이 느린 국가들을 느림보(laggard)라고 지칭한다. 실제 한일 양국의 배신 접종률은 보잘것없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자 기준(4월 19일 현재) 한국은 2.9%(151만2503명), 일본은 0.9%(117만5324명)에 그친다.

영국은 백신을 사전에 대량으로 확보한 덕분에 2020년 12월 8일 서방국가 최초로 코로나백신을 접종했다. 영국은 4월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집단면역 상태에 접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런던의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UCL) 연구팀은 4월 12일 영국인들의 73.4%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겨 집단면역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통계청은 3월 14일까지 잉글랜드 기준으로 54%가 백신을 맞았거나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됐다고 밝혔다. UCL 연구팀은 이후로 710만명이 백신을 추가로 맞았다는 점과 10만명 가까이가 새로 감염됐다가 대부분 완치됐다는 점을 감안했다. 추가로 무증상 감염을 겪어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사람들을 자체 모델로 추산하고, 덧붙여 영국인의 10% 가량이 과거 코로나와 유사한 감기 질환을 이겨내면서 원래부터 항체를 갖고 있다고 봤다. 이에 4월 12일이면 영국인의 73.4%가 항체를 가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 바이든(Joe Biden, 1942년生, 법학박사) 대통령은 취임을 엿새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14일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란 이름으로 1조9000억달러(약2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취임 100일까지 1억회 분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었다. 코로나 백신 1억회 접종 공약은 취임 58일째인 3월 18일에 달성했다.

이후 내놓은 2억회 접종 공약도 취임 92일째인 지난 4월 21일에 달성했다. 빠른 백신 접종과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실시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미국 경제 회복에도 가속도가 붙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4% 예상하고 있다. 이에 4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국 화이자 백신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에 긴급사용승인을 따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백신 신속 개발을 지원하는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에 20조원을 투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 5개 제약사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플랫폼(platform)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그리고 정부의 올해 백신 개발 지원 예산으로 잡힌 것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첨단 방역 체계를 갖추었건만 접종할 백신 자체가 부족하여 ‘백신전쟁’에서 참패했다. 코로나 탈출이 반년 늦어지면 30조원 손실이 난다고 한다. 우리는 ‘백신’ 미보유국으로 서러움을 당하면서 백신 주권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이에 백신 개발ㆍ생산국과 ‘백신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제약사의 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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