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산업별 자력갱생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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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10년] 산업별 자력갱생 수준은?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04.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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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건설부문만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
곡물생산 469만t...수요량에 80만톤 부족
경공업-제조업 부품·원부자재 부족 현상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초상화. 사진=시사주간 DB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초상화.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2411일 당 제1비서, 그해 413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돼 집권 10년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20133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한 후 2018420일 당 전원회의에서는 경제-핵무력 병진 승리를 선포했다. 하지만 202115일에는 제8차 당대회서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로 제2 고난의 행군을 맞을 만큼 어려움이 계속되자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으나 지난 10일 개최된 집권 10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조차 구체적인 경제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이날 보고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자력갱생을 자존과 자강의 생명선으로, 강력한 추동력으로 확고히 틀어쥐시고 자립경제의 명맥을 지키며 경제전반을 지속적인 발전궤도에 올려세우기 위한 투쟁을 현명하게 영도하셨다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사와 건설부문은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정은 집권 기간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구해 20176차 핵실험(북한 ICBM 수소탄 성공 주장)에 이어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지난달 24일에도 신형 ICBM ‘화성-17발사로 자력갱생에 기초한 국방력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건설부문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1일 평양 외곽의 송신, 송화 지구 송화거리 주택 1만가구 준공 테이프를 끊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산업별 자력갱생 수준은 군사와 건설부문에서 진척을 보인 반면 농업-철강-화학-경공업-무역 등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축소된 모습이다.

사진=시사주간 DB
뜨락또르 옆에서 쉬고 있는 북한 농촌 주민들 모습. 사진=시사주간 DB

농업

농업부문은 현상유지 하는데 그쳤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469t의 곡물을 생산했다. 이는 전년도 보다 29t 정도 증가한 수치지만 북한의 곡물 수요량인 550t과 비교하면 여전히 80t 정도 부족한 수준이다.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기상 여건과 비료 수급 상황, 위성 영상 등을 토대로 북한이 올해 쌀 216t, 옥수수 159t, 감자와 고구마 57t, 밀보리 16t, 19t 등을 수확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2년째 폐쇄된 가운데 지난해 보다 곡물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자연재해를 겪지 않았고, 벼가 여무는 8월 일사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로 막혔던 북-중 무역이 지난 1월 16일부터 열차운행만 재개됐다. 사진=시사주간 DB
코로나로 막혔던 북-중 무역이 지난 1월 16일부터 열차운행만 재개됐다. 사진=시사주간 DB

무역

북한과 중국의 지난해 무역은 31000만 달러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무역액(278000만 달러)에 비해 9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올 1월과 2월 북한과 중국의 공식 무역액은 13625만 달러였다. 월별로는 1월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5745만 달러, 2월 수입액은 5885만 달러로 비슷한 규모였다. 대중 수출액은 1월과 2월 각각 1794만 달러와 202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1~2월 북-중 교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20211~2월 북-중 교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봉쇄가 지속되면서 전년 동기(20201~2) 보다 무려 98.4% 급감한 327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2월 교역액 급등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한적한 북한 철강공장 모습. 사진=시사주간 DB
한적한 북한 철강공장 모습. 사진=시사주간 DB

철강

북한은 일반강 및 특수강 제조기술은 보유했지만, 고압 조업기술이 미비하고 시설 노후화로 생산원가가 높아 고급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석 결과 남한 대비 북한의 철강 기술 수준은 1980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북한은 철강 생산을 늘리기 위해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에 산소열법 용광로건설을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용광로가 설치됐다는 소식은 없다. 이는 기계류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로 인해 새로운 용광로 설치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세탁세제. 사진=시사주간 DB
물비누, 옷물비누 등 북한 세탁세제. 사진=시사주간 DB

화학

북한이 자력갱생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화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한이 말하는 화학공업은 탄소하나공업을 말하는 것으로 석유 대신 석탄을 가스화시킨 다음 이를 분해, 처리해 에틸렌, 프로필렌, 아크릴 등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석유 대신 석탄에서 제품 원료를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탄소하나공업은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에 건설된 구식 설비로 계열화가 미흡해 경제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료 생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비료를 생산하려면 나프타같은 기초 화학제품을 수입해 이를 가공해야 하는데 흥남비료와 남흥청년화학은 나프타 수입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5월 김정은 위원장이 준공테이프를 끊은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도 기술적 문제로 인해 정상가동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시사주간 DB
마스크를 생산하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시사주간 DB

경공업-제조업

경공업을 비롯한 제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필과 물감 같은 학용품과 의류, 식품, 당과류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 돌아가려면 중국에서 부품과 함께 플라스틱, 설탕, 밀가루 같은 원부자재가 들어와야 하지만 20201월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원부자재 수입이 줄거나 끊겨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 국경 봉쇄로 원부자재가 들어오지 않자 공장들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장과 작업반은 재자원화라는 명목으로 고철, 파지, 폐비닐, 폐유리, 구리, 알루미늄, 신발 밑창에 이르기까지 모든 폐기물을 수거해 다시 물건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신형 ICBM '화성-17형'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지난달 24일 신형 ICBM '화성-17형'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김정은 위원장이 송화거리 준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1일 송화거리 준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는 선전 차원 외에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을 의미한다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내세울 수 있는 경제적 성과는 없다고 봐야 하고 오히려 후퇴를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사부문에 집중하면서 송신 송화지구 등 건설부문에서 성과를 보려는 모습이 강해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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