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코비드(Never CO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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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코비드(Never COVID)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8.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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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정치방역·과학방역·표적방역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코로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일상 회복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중증과 사망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체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정기석 위원장(64·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前질병관리본부장)을 중대본 ‘코로나19대응 본부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전파력이 강하고 면역 회피 특성이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고, 재유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 대응의 의사결정 거버넌스(governance)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과학적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 한다는 원칙 아래 방역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당초 예상보다 낮은 20만명 수준의 정점이 예상보다 조기에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예측 범위 이내로 유행이 전개되면 인원·모임 제한 같은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없이 준비된 방역 의료 역량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사망자는 오미크론(Omicron) 유행 때 최다치 400명대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경란 박사(60·서울대)는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하면서, ‘과학방역’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3개월이 지났지만 ‘과학방역’은 말뿐이고 방역 사령탑인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직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3일 정부는 “국민께 일상을 돌려드리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표적방역’을 추진하겠다”며 ‘표적방역’이라는 새 키워드(keyword)를 내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8월 3일 회의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년7개월 동안 코로나19를 헤쳐 온 경험과 많은 데이터가 있다. 어디에서 감염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표적 방역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대응 본부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정기석 교수(한림대 호흡기내과)는 ‘표적 항암 치료’를 예로 들며 “방역도 꼭 필요한 부분에 포적화 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는 “표적 방역이 그동안 요양병원과 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정밀 방역을 해오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대과)는 “표적 방역을 하려면 말 그대로 타기팅(targeting)을 잘해야 하는데 진단 시스템부터 타기팅이 어렵다”며 “지금은 증상 있는 사람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건 개별화된 대응이지 표적을 찾아 대응하는 체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림대 의대 김동현 교수(예방의학)는 “말보다 자료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조치가 우선됐어야 했다”면서 “구체적인 대책 없이 표적 방역이라는 말만 내세운 걸 보면 마음이 급했던 같다”며 비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밑도 끝도 없이 ‘K방역’이란 키워드로 부실한 방역 정책을 무마하려 했던 것과, 윤석열 정부는 ‘과학방역’ ‘표적방역’이란 말뿐인 구호를 내세우고 있어 묘하게 오버랩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는 키워드만 있고 구체적 이행 계획과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2년 7개월 만에 누적 확진자 2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이에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에 또 걸린 사람들’과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에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을 네버 코비드(Never Covid)라고 한다. 국내 ‘네버 코비드’ 수는 3200만명으로, 감염 경험자 2000만명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다수가 면역 체질(體質)덕보다는 확진자 접촉이 적었고, 체력이 좋았고, 백신을 적절히 맞아서 안 걸렸다고 본다. 또한 상당수 무증상 감염자도 있을 것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는 목에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 모양이 크게 바뀌어,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긴 어렵다. 그래도 백신은 면역 주력군 T세포 활성을 올려 중증화를 막는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스파이크 단백질 수용체가 늘어나 감염 시 중증이 될 수 있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팀이 건강한 남녀 34명 자원자에게 낮은 용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한 뒤,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16명은 끝내 감염되지 않았다. 면역 체계는 항체를 만들어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돌기가 몸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초병(哨兵) 역할의 B세포, 감염된 세포를 물리치는 주력군(主力軍) T세포로 이뤄져 있다. 

코로나19에 안 걸린 16명은 특정 감기에 걸렸을 때 면역성을 띠는 T세포 수치가 높게 나왔다. 감기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여서, 교차 면역(交叉免疫)이 일어나 코로나19에 안 걸릴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음식을 나눠 먹었는데, 누구는 설사를 하고, 어떤 사람은 괜찮은 것처럼 감염은 개인 면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홍콩대학(The University of Hong Kong) 연구진은 “젊고 건강한 30대 남성이 첫 감염 후 4개월반 만에 다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재감염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사례였다. 이에 우리는 2020년 8월 코로나19 집단면역(集團免疫, Herd Immunity)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렸다. 

코로나19는 변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재감염(再感染)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지역에 따라 신규 확진자 중 10-20%가 재감염자다. 우리나라는 재감염 사례가 지난 5월 첫 주 0.59%에서 7월 첫째 주 2.88%로 늘었다. 재감염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발생 사례의 평균 재감염 소요 기간은 154-165일로,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재감염 추정 사례의 평균 229일보다 약 60일 단축됐다. 7월 17일까지 집계한 코로나 2회 감염자 8만5973명 가운데 0-29세가 54.2%로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은 7월 2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27일 격리 해제됐다. 감염 후 거의 매일 항원검사를 했고 격리 해제 전후 나흘 동안(26-29일) 계속 음성이 나왔다. 그러나 30-31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다시 5일간 격리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를 복용하고 나서 코로나 재발(rebound)을 겪었다. 

화이자(Pfizer)에서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병용 금기 약물이 28개로 많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처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팍스로비드 처방률이 전에는 5%도 안 됐지만 지금은 17%까지 올라왔다”며 “그런데도 더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 선생님들은 약 처방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문위원회는 팍스로비드 처방 세부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와 면역 저하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 완치 후 재발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미국 ‘코로나 사령관’인 앤서니 파우치(81)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지난달 팍스로비드 치료 후 ‘재발’이 나타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재발’에 대해 “완치 판정 수 2-8일 뒤 양성이 나오는 경우이며, 이후 3일쯤 지나 별도 치료 없이도 완쾌된다”고 정의했다. 

코로나19 격리 기간(7일) 이후에도 재발이 나타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검체(檢體) 채취일을 포함, 7일째 자정(8일 차 0시)에 의무가 해제 된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바이러스 배출 최대 기간이 8일이라고 했으나, 최근 10일 이상까지도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나왔다. 이에 완치 이후에도 한동안 다중시설 이용을 삼가고 상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국내 감염자 중 1400만명이 지난 3-4월에 걸렸는데, 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와 8월이면 재감염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생긴 항체(抗體)는 접종이나 확진 후 서서히 떨어져 3-4개월이면 절반쯤으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서서히 떨어진다. 재감염자 다수가 활동성이 높은 젊은 층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일부 방역 조치가 해제된 뒤 맞는 여름휴가철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주요 피서지 등에는 ‘노(No)마스크’ 풍경이 일상화하면서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미루는 이른바 ‘숨은 감염자’가 많아지고 있어 여름휴가철이 끝나면 검사 건수 증가와 확진자 양산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2000만명을 넘어선 나라는 미국(9000만명), 인도, 브라질,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2100만명) 등 7개국이며, 우리나라가 8번째로 국민 5명 중 2명이 코로나19 확진 경험을 갖게 된 셈이다. 확진자 2천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를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는 2000만명의 약 1.5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2000만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53%로, 남성(47%)보다 다소 높았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이 코로나 검사에 더 적극적이고, 남성은 직장 생활 등 경제적 요소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사를 꺼리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확진자 2천만명 중 20대 이하가 40%, 60대 이상이 18%였다. 20대 이하는 올해 1-2월 오미크론 대유행 초기에는 발생 비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2년 반 동안 국내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6번 찾아온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시기는 2021년 7월 이후 델타 변이 확산(4차 유행)과 2022년 1월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5차 유행)이었다. 이 시기를 거치며 확진자가 대폭 늘었다.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BA.5)가 주도하는 6차 유행은 5차 유행 때보다 감염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확진자가 인구 대비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서울(10만명당 4만2165명), 세종(4만1133명), 제주(4만248명)였다. 반면 경북(3만2725명), 대구(3만4744명), 전남(3만5004명)은 확진자 비율이 낮았다. 전국 평균은 3만8600명이었다. 코로나 사망자는 부산(10만명당 67명), 강원(57명), 대구(57명) 등이 나빴고, 세종(10명), 전남(28명), 제주(28명)는 선방했다. 세종시는 젊은 층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코로나에 걸려도 치명상을 적게 입었고, 전남은 백신 접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8월 12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확진자는 12만8714명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14% 늘었으며, 재감염도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위중증 환자도 총 453명으로 늘어 지난 5월 2일(461명) 이후 102일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에 코로나 환자가 ‘먹는 치료제’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도록 처방 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재감염을 막기 위해서 추가 예방접종을 하고, 완치 후에도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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