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순진한 프리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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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순진한 프리고진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8.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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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생전 마지막 사진으로 보인다. 아프리카=AP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생전 마지막 사진으로 보인다. 아프리카=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마오쩌둥이 한때 후계자로 생각했던 사람이 린뱌오(林彪)다. 1962년 중인국경분쟁에서 인도군에 승리해 이름을 날렸으며, 1966년부터 장장 10여년간 광풍을 일으켰던 문화대혁명을 적극 지지해 신임을 얻었다. 세상은 그를 마오저뚱의 후계자로 공식 인정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마오저뚱은 영구집권하고 싶었다. 그는 군부를 등에 업고 욱일승천하는 린뱌오가 독이 된다고 여겨 제거하기로 했다. 1971년 9월, 마오저뚱은 린뱌오를 비판하며 칼을 들었다. 위기를 느낀 린뱌오는 아들 린리궈(林立果)와 함께 그의 암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린뱌오는 가족들과 함께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망명을 시도했으나,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사람들은 이 사고를 마오저뚱의 짓이라 여기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프리고진은 2014년바그너그룹을 창설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 분쟁에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싸워주고 이권을 챙겼다. 그는 지난 6월, 러시아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가 돌연 철수했다. 모스크바에서 200㎞ 이내까지 진입하고서도 진격을 멈춘 그의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행동은 전세계적인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그의 순진한 행동을 비웃었으며, 푸틴이 언젠가는 그를 제거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푸틴의 그간의 행동에 비추어 볼 때, 바보천치가 아니고서야 프리고진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공산주의자가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공산당의 속성을 가장 모른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바이든 대통령이 프리고진 보다 오히려 푸틴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만약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결국 프리고진이 사망하자 “놀랍지 않다”며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구 소련 시절 KGB 소속으로 근무하던 푸틴은 그간 수많은 사람들의 암살 사건과 연루돼 있다. 이런 독재자가 이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을 열거하고 평등, 정의, 공정을 외치며 여론을 독과점해 지상낙원을 이루자고 선동한다. 그러나 푸틴이나 마오쩌둥 그리고 고모부와 형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김일성 일가를 보면 이들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임을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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