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㉕]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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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㉕]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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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건너 서울역까지’ 전동행진 펼친 장애인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하라!"

1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 앞, 1500여명의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 장애인 보호자들이 모였다. 이날은 30여년을 변화없이 이어오며 장애인들의 많은 반발을 샀던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첫 날이었다. 하지만 조달청 앞에 모인 장애인들은 이를 반기는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라면서 나눠주기식이 아닌 장애인 개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그들은 외치고 있었다.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행진 출발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서울지방조달청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직원들이 서울에 왔을 때 일을 하는 곳.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7일부터 장애등급제 예산 확보를 막고 있는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무기한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장애등급제 단계별 폐지가 이루어진다는 1, 조달청을 출발해 잠수교를 건너 서울역까지 행진하며 현행 장애등급제 폐지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전동(前動) 행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는 이번 행진을 '권리를 향한 변화, 앞으로 나가기 위한 행진, 세상을 향한 손, 관계의 혁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집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장애등급제 폐지이며 어두운 집과 시설에서 탈출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관계러 바뀌며, 차별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잠수교를 통과하는 행진으로 표현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잠수교를 행진하는 장애인들. 사진 / 임동현 기자  

행진을 시작하면서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현재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다. 여전히 숨 한번만 쉬어도 등급이 깎이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하는 게 우리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맹이를 채워야한다. 정부도 장애인단체도 하지 않으려했던 것을 우리가 5년을 투쟁하면서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껍데기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 한 번 살펴보라. 우리처럼 살아보지 않으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광화문에서 1842일간 투쟁해서 얻은 결과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지원해줘야하는 것이 우리의 요구지만 복지부는 예산이 없다고만 말하고 기재부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명령 1호가 장애등급제 폐지였는데 장관들이 그 명령을 예산을 이유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우선 반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대통령의 명령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힘든 투쟁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 한다. 우리 세상에서 안 되더라도 내 자식들의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쟁에 나선다. 자식과 함께 변화시키려 애쓴다. 지치지 말자. 마지막에는 우리 손으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강에 펼쳐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현수막. 사진 / 임동현 기자     

인원 통제와 차도 문제로 출발이 지체지기도 했지만 경찰의 안전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행진은 무난하게 진행이 됐다. 잠수교에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등이 적힌 현수막이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졌고 차 안에서 활동가들이 장애등급제 문제를 방송으로 알리며 시민들에게 문제점을 알렸다.

또 잠수교에서는 사이사이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 문화제가 진행되어 참여자들에게 힘을 북돋우기도 했다.  

행진 중간중간 전동휠체어의 조작 잘못으로 휠체어가 차량이 다니는 도로로 빠지고 이 때문에 이를 막는 경찰과의 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 신체 접촉이나 사고, 다툼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잠수교에서 간단한 문화제가 펼쳐지자 참여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장애인들의 행진은 조달청을 출발해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를 건너고 서빙고역-국립한글박물관-삼각지역을 지나 서울역에 도착해 서울역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선언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핵심은 장애등급제라는 제도 하나를 개편하거나 단순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분리와 배제, 낙인의 의미였던 장애등급제폐지를 계기로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은 결국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의 변화와 예산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정부와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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