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정부의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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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정부의 복잡한 셈법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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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의 관계 악화, 중동 체류 국민 안전 문제 부담
미국 요구 계속, 해리스 대사 "병력 보내길 희망한다"
'이라크 파병' 비판 재현될 수 있어, 녹색당 "호전적 요구 응하지 말라"
7일(현지시간) 이란 의회가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 / AP
7일(현지시간) 이란 의회가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 / 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파병'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파병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파병으로 인한 여파에 고심하고 있고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해야한다'면서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해왔고 지난해 말 잇따라 열린 한미 고위급 회담에서도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해상자위대의 파병을 결정했으며 해상자위대 약 260명, 호위함 1척(다카나미함), P-3C 초계기 2대를 아덴만, 아라비아해 북부, 오만해 등에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던 지난 6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긴밀히 공조해나가겠다.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 구상과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7일 정례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통항하는 우리 선박, 우리 국민 보호 필요성, 해상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기여 등을 감안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셈법이 복잡한 이유는 동맹국의 입장에서는 파병을 해야하지만 적대국이 아닌 나라와의 전쟁에 휘말릴 경우에 발생하게 될 큰 부담감과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근로자 등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이 만약 파병을 할 경우 이란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자신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란은 물론 중동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또한 과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진보층을 중심으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파병 반대와 함께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한국군의 파병을 공식 요청했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체 회의 참석차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호르무즈 파병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병 문제가 거론되면서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녹색당은 7일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이 증강되는 것은 긴장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결과도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호전적인 요구에 응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바그다드 미군 기지를 공격하며 전면전 가능성이 더 커지고 미국의 파병 요구가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행동할 지 주목된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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