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박근혜 석방', 보수에게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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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박근혜 석방', 보수에게 약인가 독인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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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황교안 '석방' 언급, '한국당 당론'으로 가는 모습
2004-2006년 선거 승리의 기억, '오랜 수감생활' 언급하며 보수층 자극
국정농단 반성 없는 모습 '야당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도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보수 정치인들이 속속 '박근혜 석방'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보수의 통합을 위해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국민 여론이 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오히려 '성찰없는 보수'의 모습이 국민들의 외면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지난 27일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3년이 다 되도록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에게 햇빛을 못 보게 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이 3년을 넘긴다면 정치를 오래한 사람 입장으로서 이 정권은 낭패를 볼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구속이 해제되기를 대통령을 비롯한 이들이 결단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개인적 소견'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책임지고 있던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점은 한국당의 당론이 '박근혜 석방'으로 기울고 있음을 암시하는 사례가 됐다.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박근혜 석방'을 외쳤다. 이 전 총리는 2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작금의 정치가 피를 흘리지 않을 뿐 처절한 전쟁처럼 보여 안타깝다. 3년여를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8일 보수성향 유튜브 '신의 한수'에 출연해 "내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제는 선처가 필요하다. 국민의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래 구속되어 있다"면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정계에서는 '박근혜 석방'을 당론으로 제시했던 우리공화당과 일부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직접 거론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표를 모으기 위해 '박근혜'라는 구심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우선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래 수감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후 2심에서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며 특활비 사건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총 징역 32년의 형을 받은 상태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을 선고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면을 받기가 어렵다. 사면법에는 특별사면 및 감형의 대상을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로 규정하고 있어 법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불가능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직후 12.12 및 5.18 주범으로 수감 생활을 했던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사형과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된 상태였기에 사면이 가능했다. 당시 이들의 석방은 '국민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졌고 무거운 추징금을 부과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졌지만 이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많은 국민들의 실망과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 전례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이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3년에 가까운 수감 생활을 했다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형량이 과했다'고 생각한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보수층을 흡수해야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청와대 선거개입' 등에 대한 공격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수감을 거론하며 '전 정권과 지금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수층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들여 보수의 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역풍을 맞게 되자 '천막 당사'로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호소했고 이로 인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112석을 얻어 제1야당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학법 개정 등 개혁안들을 막아내며 2007년 정권을 차지하는 데 밑바탕을 만든 바 있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신촌 유세 중 피습을 당했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대전은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압승을 했던 일도 있었다. 2004, 2006년의 결집과 승리에 대한 꿈이 이번 '박근혜 석방론'으로 표출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근혜 석방이 오히려 보수층에 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직 박 전 대통령의 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석방을 외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뜻으로 비춰지면서 '야당 심판론'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보수가 새로운 인물이나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박근혜, 나아가서는 '박정희 향수'에 다시 기댄다는 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권 교체 등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유권자들의 개혁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박근혜 석방론을 '양날의 검'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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