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민주당만 빼고',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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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민주당만 빼고', 무엇이 문제였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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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교수 "정치 혐오 책임 민주당이 더 커, 민주당 빼고 투표하자"
민주당 '고발'했다 자충수 빠져, "권력이 괴물 되지 말라는 호소"
"보수 야당 잘못엔 침묵, 촛불혁명 및 문 대통령 지지 폄하" 비판도
17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사진=더불어민주당
17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사진=더불어민주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임미리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투고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가 여론은 물론 당 내부의 비판을 받자 "과도한 조치였으며 유감을 표한다"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각종 커뮤니티, SNS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우리가 임미리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렸고 한쪽에서는 임 교수가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전력, 안철수 캠프에서 일한 전력 등을 거론하며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칼럼에서 임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갈등, 여야 정쟁,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를 거론하며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깊어진 정치 혐오가 선거 열기도 식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음에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이 같은 처신은 지난 촛불집회의 성과를 국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누적인원1700만명이 거둔 결실을 고스란히 대통령 선거에 갖다바쳤다.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고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청와대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해 논란이 됐고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을 빼야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협상에 나섰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한다. 하지만 그 책임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 뒤 "이번에는 거꾸로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정당과 정치인에게 알리고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제안으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이 칼럼은 이후 지난 13일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으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각됐다. 민주당의 고발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당 의원들도 '잘못됐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17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겸손함을 잃었거나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데해서는 국민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를 경계하고 주의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투쟁해온 정당이다. 임 교수의 칼럼이 (민주당을) 더 아프게 한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더 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이해찬 대표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당 지도부도 직접적인 사과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일부 열성 당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임 교수의 칼럼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고발을 한 것은 민주당의 오판이라는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임 교수의 글이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경고'라는 의견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찍으라는 의미이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글'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임미리 교수의 호소는 권력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막아달라는 양심의 절규였다"고 밝혔고 최문선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여권에는 함부로 규정하고 감별하는 사람,. 오만한 권력자들이 많고 정권의 열정적 지지자들은 '분노해도 되는 분노'를 판별하려든다. '이러려고 촛불들었나' 자괴감이 드는 마음들, '세상이 바뀌겠는가? 이름만 바뀌지' 걱정하는 마음들, 임 교수의 칼럼은 그 마음들을 투박하게 짚은 글이다.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여섯 글자에 격분한 건, 그 마음들을 여태 모른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반면 cocoa 딴지일보 기자는 지난 2012년 당시 야권연대를 비판하던 한나라당 의원에게 "한국과 일본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연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받아친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이것이 민주진보 세력 기저에 깔린 공감대라고 생각한다. 선거제 개편을 방해하고 편법으로 '미래한국당'을 만든 정당은 어디인가? 왜 그런 자유한국당에는 한없이 관대한가? 그렇다면 '민주당만 빼고'와 함께 '자유한국당만 빼교', '미래한국당만 빼고'도 외치자"고 밝혔다.

또 안호덕 오마이뉴스 기자는 "재벌개혁이 힘을 잃고 노동정책이 뒷걸음질 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친재벌성향이 큰 원인이지만 재벌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을 막겠다고 국회를 뛰처나간 보수 야당도 규탄해야한다. 대통령이 알아서 한다고 생각하는 무관심, 최저임금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는 무지함도 한 요인이었다. 이런 통찰이나 언급없이 '민주당 빼고'라고 하는 것은 '적폐세력 부활이 낫다'고 호도할 수 있는 위험한 논리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의 선택'을 했다는 주장도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한 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유권자에게는 모욕적인 비난이 아닐 수 없다. 촛불혁명을 '개 죽 쑤는 행위'로 표현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을 정치 발전의 천덕꾸러기 정도로 치부한 임 교수도 국민에게 사과해야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고발'이라는 자충수를 두면서 스스로 악재를 만든 것과는 별개로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오만한 여당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담았지만 그동안 법안 통과 등을 막아섰던 보수 야당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고 여당과 문재인 정부에게만 책임을 지웠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참여정부 시절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비난했던 상황과 일맥상통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을 공격하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 혐오'를 느꼈고 이로 인해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졌던 전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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