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의 부진, 그들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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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정당의 부진, 그들은 어디로 갈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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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0명' 민생당 이탈 가능성, 정의당 '존재감 없이는 힘들다'
국민의당 '보수 개편 과정에서 기회 볼 듯' 열린민주당 '민주당 결정 따를 것'
국회 영향력 떨어지지만 '내부의 변화' 주목할 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종료된 15일 서울 광진구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종료된 15일 서울 광진구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제3지대 정당의 부진'. 4.15 총선이 남긴 또 하나의 큰 결과다. 제3당 역할을 하던 민생당은 지역구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고 비례대표 득표율도 낮아 '의원 0명'으로 떨어졌으며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 5석으로 20대 국회와 똑같은 의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안철수 바람'의 재현을 노리며 비례로만 도전했던 국민의당도 3석을 얻는 데 그쳤고 한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범여권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열린민주당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3석을 얻으며 끝이 났다. 21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고 말하기가 난처할 정도로 숫자가 적다. 

선거법 개정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이 됐지만 제도의 헛점을 바탕으로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이 등장하고, 거대 양당의 대결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제3지대'의 원내 진입이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그 우려를 넘어선 결과가 이번에 나왔다. 이 때문에 선거제도를 다시 보완해야한다는 주장이 이들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이들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야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생당은 호남의 중진들이 모두 민주당 후보들에게 완패했고 정당투표도 최소 득표율인 3%에 못 미치며 국회의원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6년 '안철수 바람'을 타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이 됐지만 이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생당으로 이어지는 이합집산을 계속해왔고 이로 인해 호남 유권자들은 물론 전국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0석'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손학규 민생당 대표는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선거에서 제3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우리가 포기하면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 중도개혁의 봄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제3지대를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생당이 원외정당으로 이미 추락한 상황에서 정치 생명 연장을 바라는 이들이 민주당 입당 등 여러 방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민생당이 제3세력의 바람을 다시 일으킬지는 불투명하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 4선에 성공했지만 이정미 전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여영국 추혜선 김종대 의원 등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들과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고 믿었던 정당투표도 9%대로 비례후보 5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다른 정당들에 비하면 그나마 좋은 성적이지만 교섭단체를 꿈꾸며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았던 정의당으로서는 실망스런 결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지난 대선보다 많은 267만명의 시민들이 정의당을 지지해줬다. 하지만 10% 가까운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에 불과한 의석을 갖게 됐다. 몹시 아쉬운 결과지만 원칙을 선택했을 때 어느 정도 각오했다" 면서 "정의당은 낡은 양당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무릎꿇지 않았다. 진보야당의 역할이 더 막중하다는 것을 유념하겠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하지만 선거제 문제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거에도 정의당은 똑같이 큰 진보정당, 민주계 정당이 있는 상황에서도 10% 이상 득표한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이를 극복 못한 것은 연동형 비례제와 관련이 없다. 독자적 진보노선과 민주당과의 아주 강력한 연대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부분이 있었고 비례대표 선출에 공을 들이는 등 강력한 이벤트가 있었지만 당의 색채와 노선, 정책들을 설명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존재감 부각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방송에 출연한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 센터장은 "요즘 많은 정당들의 정책들이 많이 진보화되었기에 정의당이 과거처럼 차별화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노회찬, 심상정 두 명의 스피커가 있었을 때는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수월했는데 지금은 스피커가 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목소리 자체를 전달할 도구가 줄어든 부분도 있다. 조직을 강화하고 신진을 양성하는 등의 노력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이런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변화를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3명이 당선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6일 "실용적 중도정치를 정착하고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진정성을 갖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겠다. 언행일치 정치를 꼭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국민의당은 통합당과의 보수통합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3지대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안 대표가 적은 인원으로 '제3지대'를 지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윤희웅 센터장은 "중도를 지향했지만 색채는 보수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수의 재편 과정에서 보수 차기 주자를 선택하는 과정 중에서 안 대표가 다소간 기회를 볼 가능성이 생긴 부분이 있다. 이번 7% 가량의 득표도 합리적 보수층 이탈의 반사효과가 있었기에 그나마 얻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민주당은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손혜원 최고위원은 16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독자생존의 길, 민주당과의 합당, 시민당과의 제3원내교섭 단체를 통한 공수처 설치 중 어느 것이 유력한가?"라는 질문에 "세 분이 원내에 들어가시기 때문에 모든 판단을 우리가 할 수 없다. 민주당에 달려있고 열린민주당은 결국 그들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선자들, 당내 지도부가 마지막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것은 민주당과 협의해서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내에서 이들의 활약이 미비해졌기 때문에 이들이 21대 국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거치느냐에 따라 새로운 제3지대의 등장이 앞당겨질 지, 아니면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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