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재조사' 요구, 다시 부각되는 공수처와 검찰개혁
상태바
'한명숙 사건 재조사' 요구, 다시 부각되는 공수처와 검찰개혁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5.22 13:11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7년 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최근 故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몇몇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사건을 재조사해야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상대로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면서 한 전 총리를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불리던 한씨는 최근 공개된 옥중 비망록을 통해 '검찰이 시키는 대로 진술했다'면서 당시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기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이던 지난 2010년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는지 여부에 대해 70여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1심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고 1심 재판부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언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최종 확정했다.

비망록에서 한씨는 "당시 6억원이 한나라당 친박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었지만 제공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전 총리 쪽으로 조작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도 있고 이 건은 전체를 직접 계획하고 주도하는 윗선에서 만들어진 건이라 협조하지 않으면 무척 힘들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등으로 검찰의 강압수사와 '덮어씌우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2017년 만기 출소 후 2018년 사망했다.

비망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한명숙 재조사'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0일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내여한다.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이해한다. 특정 사건과의 연관성에 집착하기보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구체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면서 재조사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20일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에서 보내온 입장문을 통해 "언론사가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받은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했다.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재조사 주장 차단에 나섰다.

이번 강압수사 의혹이 조명받는 것은 이 사건이 '사법농단 사건'과 연동이 되어 있고 7월에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 법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당장 공수처가 수사를 한다 만다 말씀드릴 수 없고 공수처의 독립성이 있기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사법농단과도 연동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기에 법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국민들에게 진상을 먼저 밝히는 것이 법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이미 끝난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거대 여당의 횡포이며 문제가 있다면 재심을 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비망록은 이미 2010년 1심 재판부터 법원에 제출되어 사법부 판단을 거친 사안이다. 억울하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 이제와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는 것은 거대여당이 되었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한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재판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자료를 가지고 인정된 사실관계를 외면하려는 이 행태가 바로 사법농단의 모습이다. 이에 맞서야하는 법무부 장관은 이를 포기한 민주당 의원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추미애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전부 의심하고 현실적으로 (재조사가) 어려우니까 공수처로 가자고 몰아가는 것은 결국 윤석열 사단을 제거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의혹 제기가 '윤석열 죽이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은 사건이고 비망록이 새로운 증거가 아니며 당사자인 한만호씨가 이미 숨진 점 등을 들어 재조사와 재심, 공수처 수사 등이 모두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불거진 '검언유착' 의혹과 더불어 검찰이 강압수사를 통해 당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을 제거했다는 의혹이 연관되면서 공수처의 필요성과 더불어 검찰개혁의 필요성까지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