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제한 강화’ 코로나19 핑계로 시민에 재갈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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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제한 강화’ 코로나19 핑계로 시민에 재갈 물렸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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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지구역 아닌 곳은 가능”, 자치구 금지구역 계속 늘려
“자치단체장도 금지구역 정할 권한 있다. 다른 곳에서 하면 된다” 일변도
공권력감시대응팀 “방역과 권리 주장 함께 하도록 논의하지 않고 무조건 금지만”
지난 2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현수막 인간띠 잇기'가 진행됐다. 사진=인권운동더하기
지난 2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현수막 인간띠 잇기'가 진행됐다. 사진=인권운동더하기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도심내 집회 제한을 강화하고 집회 개최시 주최자 및 참가자를 고발조치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치구에서 자의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천막 등을 철거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있고 서울시가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로나19 방역을 핑계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막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는 공공운수노동조합, 공권력감시대응팀,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등 단체들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동안 권리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가로막히고 있다”면서 서울시청사 앞을 현수막을 들고 에워싸는 ‘현수막 인간띠 잇기’를 진행했다.

이들은 “생존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동절에 모인 이들에겐 불법집회 개최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되고, 절박한 상황에 처한 장애인, 청년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한 집회도 금지됐다. 인천공항에서 해고된 노동자 6명의 농성장이 벌써 3번째 철거당하고, 광화문 마사회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농성장도 강제철거를 당했다”면서 “집회 시위와 안전에 대한 권리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집회 시위 역시 우리의 중요한 일상이자 기본권이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히 필요한 권리이자 활동이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조력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6일 서울시는 서울역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효자동삼거리 신문로 및 주변인도, 종로1가 도로 및 주변인도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당시 서울시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시민안전을 위한 제한 강화가 필요하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서울시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금지조치를 위반한 집회의 주최자 및 참여자는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 할 예정이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음날인 27일, 서울시와 종로구는 광화문 세종대로에 설치된 집회천막을 철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마사회의 문중원 기수를 추모하는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것을 두고 ‘마사회 비리 진상 규명도 하지 않고 철거만 자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를 이유로 농성장 철거를 정당화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른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전면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아니면 얼마든지 집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고령자들의 집회가 있었던 곳이라 매우 위험했기에 그 구간을 집회금지 구간으로 정했고 이후에 확대한 사례는 없다. 이 구역 외에서 하는 집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명백히 확산 위험이 높은 집회라고 생각될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금지를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꼭 그 장소가 아니더라도 다른 장소에서 하면 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 외의 장소’도 자치구가 집회 금지구역으로 정하면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동작구의 경우 노량진역광장, 장승배기로 등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영등포구가 국회 주변, 서초구가 전 지역을 금지구역으로 정했고 종로구 역시 종로 1~6가, 대학로 일대, 구청 주변 등으로 금지구역을 넓혔고, 이로 인해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농성장, 아시아나항공 청소노동자 농성장 등이 강제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서울시장도 집회를 금지시킬 수 있고 자치단체장도 집회를 금지시킬 수 있다. 이는 자체 권한에 속한다"면서 "자치구에서도 감염 위험이 있는 집회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금지구역을 설정한 사례가 있다. 그 지역만 아니면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공권력감시대응팀 관계자는 “집회금지가 내려진 곳이 기존에 집회가 계속 열렸던 곳이고 목소리를 내기 유효한 장소인데 필요한 곳에서 집회가 열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고 자치구로 인해 금지구역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무조건 집회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지자체가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집회 주최자들과 논의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방역과 권리 주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지혜를 보여야하는데 무조건 금지만 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도리어 광장 등을 허용하면 넓은 곳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역시 금지만 한다. 방역을 빌미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막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위를 자제하자는 것이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뺏는 것은 코로나19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어 금지 일변도를 벗어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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