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쳤다" 혐오의 벽 넘지 못한 성소수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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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쳤다" 혐오의 벽 넘지 못한 성소수자의 죽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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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활동가 김기홍-변희수 하사 잇달아 사망 "생존 자체가 투쟁"
'퀴어 퍼레이드 거부 권리', '성전환자 군 복무 불가' 정치권 '혐오' 부추겨
"화장실 가기 어려워 음식 못 먹고 투표도 포기"
4일 오전 서울 용산 육군회관 앞에서 '성소수자의 존엄과 생존권을 짓밟은 육군본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녹색당
4일 오전 서울 용산 육군회관 앞에서 '성소수자의 존엄과 생존권을 짓밟은 육군본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녹색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성소수자들의 잇달은 사망 소식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을 지냈던 김기홍씨가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군에서 강제전역을 당했던 변희수 하사가 역시 자신의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성소수자를 외면하고 심지어 혐오 발언까지 했던 현 상황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지난달 사망한 김기홍 활동가는 지난 2015년부터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비정규직 음악교사로 근무하던 중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성애'에 대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질문에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이후 그는 제주퀴어문화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고 2018년에는 녹색당 제주도의회 비례대표로 나섰다. 2020년에는 총선 비례대표로 나섰지만 중간에 사퇴하였으며 이후 자신과 같은 트랜스젠더인 임푸름 정의당 예비후보를 지지했다.

그가 사망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거부할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한다"라는 발언이 논란이 된 때였다. 그는 이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의도도 아니었고 표현도 혐오스럽게 하지 않았는데 이를 혐오발언이라고 하면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자신의 말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의 '거부권 존중' 발언 직후 김기홍 활동가는 자신의 SNS에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사망 전날 그는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행한 미움도. 오랫동안 쌓인 피로가 있어요. 미안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성소수자 동료들의 사망을 지켜보고 그들을 위로했던 그 자신도 힘겨움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녹색당은 김 활동가의 사망 당일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그였는데 끝내 버거웠던 탓인지 너무 서둘러 우리 곁을 따나가 버렸다. 세상의 증오에 굳건히 맞서왔지만 많이 지쳤던 모양이다. 성별, 성별표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잔인하고 무지한 폭력이 얼마나 가혹하고 끔찍한지 잘 알기에 그의 이른 휴식을 애석하지만 이해해주려한다. 빛나는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라며 그를 추모했다.

이 김기홍 활동가가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던 변희수 하사도 지난 3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변 하사는 지난해 1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한 것을 폭로했고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육군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행정처분'이라며 변 하사의 복직을 거부했고 행정소송은 계속 뒤로 미루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유엔에서도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렸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법상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변 하사는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국방부는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故 변희수 전 하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히며 성전환자 복무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다시 재확인시켰다. 

민주노총은 4일 성명에서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유력 시장 후보가 '(성소수자) 안 볼 권리'를 떠드는 세상에서, 정치한다는 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성소수자 걷어차며 매표를 일삼는 세상에서,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 국회와 정부가 죽였다"고 비판했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누구나 존엄하게 '오늘'을 살아야함에도 그 삶을 뒤로 미뤘다. 성소수자에게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인권위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지난 1년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며 같은 기간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 언론(87.3%) 드라마, 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퉁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의료기관 이용(21.5%), 담배 구입이나 술집 등 방문(16.4%), 보험 가입 및 상담(15.0%), 은행 이용 및 상담(14.3%), 투표 참여(10.5%), 전화·인터넷 가입 및 변경(9.2%), 증명서 발급(8.5%), 주택 관련 계약(8.1%) 등의 일상적 용무를 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거나(36.0%),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나 음식을 먹지 않고(39.2%), 군 복무 중 성희롱,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12.4%). 직접적인 차별도 존재하지만 언론이나 방송, SNS 등에서 무의식적으로 등장하는 혐오 발언 등이 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고 화장실이 없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보수 기독교계 등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차별금지법 통과는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또 정부나 국회, 정치인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퀴어 퍼레이드 외곽 개최 및 폐지, 강제전역 등으로 성소수자들을 내쫓는 식의 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했음에도 학생들의 반대로 입학이 좌절되고 성소수자 지하철광고가 두 번이나 훼손되는 등의 사례처럼 정부나 정치인의 변화 이전에 우리 주변에서 먼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 먼저라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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