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초점] 바이든 1년 남았는데···커지는 北 비핵화 비관론
상태바
[뉴스 초점] 바이든 1년 남았는데···커지는 北 비핵화 비관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10.23 09:5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팔 전쟁에 북미 관계 개선 불가능
미국에서도 ‘한국 자체 핵무장론’ 고개 들어
일단 현상황 유지···트럼프 당선땐 또 바뀔듯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앞으로 다가 오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앞으로 다가 오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미국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북미 대화는 물론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임기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가운데 그사이에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 채널’ 통한 북미 접촉 최근 몇 년간 없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15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미국에서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비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정가의 북한 비핵화 관심도에 대해 “정확히 비중을 말하긴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과거보다 점점 작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그러나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라면서 북한과의 대화노력을 계속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 현장에 참석한 황준국 유엔주재 대사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은 강력한 추가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황 대사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와 미국 정부 당국자 간의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은 최근 몇 년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 대사의 견해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북 대화 거부와 핵 개발로 인해 워싱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비관론에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계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7년 9월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은 2017년 9월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 비핵화 비관론이 확산되는 이유 3가지

미국에서 북한 비핵화 비관론이 확산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북미 간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일이 되는 2021년 4월 30일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했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나, 과거 바락 오마바 행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 7월 담화를 내고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 행사로 그들(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요인은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점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2017년 9월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핵탄두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는 30기에 달하며, 조립 가능한 핵탄두 수는 최대 70기로 추정됩니다. 전년에 비해 5기가 늘어난 수치다.

핵탄두 투발 수단도 다양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65발의 미사일을 쐈다. 올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23회에 이르고, 3차례 수중 드론(핵어뢰) 발사도 이뤄졌다. 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화성-18형’과 신형 핵탄두 ‘화산-31’ 을 공개했으며 9월에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9월27일에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에 핵무력 강화 정책을 명기했다.

국제정세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엔은 특별총회를 열어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러자 북한과 시리아, 벨라루스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의 이같은 외교적 ‘도박’은 두 달 뒤 결실을 거뒀다. 5월 26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며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북한은 더 이상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으로 북한을 옹호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컨테이너 1000여 개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13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8일 평양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김정은 위원장을 각각 만나 “전제 조건 없이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대결에서 5%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시사주간 DB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대결에서 5%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시사주간 DB

◆트럼프 당선되면 북한 비핵화 불가능

일이 이렇게 되자 북한 핵 문제는 지난 3년간 현상 유지가 아니라 뒷걸음치고 한층 악화됐다. 급기야 미국 정치권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원의 한반도 안보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과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그동안 한 일은 효과가 없었다”며 “우리에게 북한과 관련해 일관된 전략이나 정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북한 수뇌부가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북한에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40~50% 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북한이 문제를 안 일으키고 조용히 있게 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외교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낮고,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해결이 어려운 북한 문제에 전념할 여력이 없는 데다,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대북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Tag
#북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